"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출간된 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과 작동의 기록>에 나오는 대목이다. 저자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가 작동하고 있다고 처음 세상에 밝힌 인물로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그는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심의위원으로 참여했고, 박근형 연출 작품 <개구리>가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배제됐음을 고발했다.이어 문화예술계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이듬해 전국 21개 극단이 '2016 권리장전_검열각하'라는 공동 이름을 걸고 작품 22개를 연이어 올리면서 검열 문제를 다시 공론화했다. 국정감사 결과 예술위 회의록에서 블랙리스트 단서를 찾아냈고 언론을 통해 블랙리스트 명단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촛불 시민들이 추운 겨울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2017년 1월 광화문 광장에는 블랙텐트 극장이 설치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중요한 축으로 작용했다.

'촛불 정신'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직속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제도개선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런데 2018년 '가해자 징계 0명'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극인이 다시 거리로 나오고 무용인·음악인이 청와대·국회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자 문체부 장관이 징계 문제를 재논의하겠다고 했다. 그해 12월 수사 의뢰 3명·징계 1명 최종 징계안을 발표했다. 여전히 사과조차 없는 가해자도 있고, 일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24일 문재인 정부는 전 대통령 박근혜 씨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어떤 심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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