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국민 신뢰 얻고 있나
누가 되든 증오·적대 넘치는 나라될 것

담당 영역도 아닌데 신경 끄고 살자, 입 닫고 살자고 다짐 또 다짐하지만 잘 안된다. 물론 대통령선거 이야기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난 5년간 겪은 것보다 더 끔찍할 것이라는 절망에 밤잠이 오지 않는다.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결정을 보면서 시시비비를 떠나 정말 대단한 집권세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판을 흔들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때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뿌린 일,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문 대통령까지 직접 출동해 가덕도 신공항을 띄운 일 등이 떠올랐다. 선거 승리,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공정성 논란이 있든 없든 어떤 일도 노골적으로 실행할 정권이었다.

이번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다가 여론이 안 좋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포기한 건 아니라니 내년 3월 9일 대선일에 즈음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뿐인가.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두환 찬양 발언,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원칙과 일관성 없이 '선거용'으로 마구 찔러보는 간교한 수들이 이 후보의 입에서 쏟아지고 있다. 대장동 비리와 관련해서는 사망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과거 몰랐다는 둥, 실질적 의지는 없으면서 특검을 하자는 둥 진실되지 않은 말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맞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쪽도 집권 시 그 미래가 암울한 건 마찬가지다.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는 공정함에 대한 기대로 대선주자 자리까지 올랐으면서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문제는 계속 싸고돌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무능한 간신들만 곁에 둔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내 편만 챙기고 내 편은 무조건 옳고, 그래서 조국, 추미애 같은 분들이 다시 판치는 '내로남불 정권 시즌 2'의 시작이라면 정권교체는 해서 무엇하나.

지도자로서 정치력도 의심받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야당 대표(이준석)라는 사람이 장외에서 '대야 투쟁'에 주력하는 현실은 참 볼썽사납고 한심스럽다. 집권하면 180석이 넘는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대선주자의 정치력이 이 정도라면 국정과 나라는 산으로 갈 게 빤하다.

어쩌면 위와 같은 각 후보의 됨됨이와 상관없이 우리의 앞날은 이미 최악의 방향으로 결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양 진영에는 상대 후보, 아니 상대 세력 전체를 절멸의 대상으로 여기는 지지자가 절대 다수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동강 난 나라를 화해시키고 통합해 이끌고 갈 만한 리더십 역시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는 지금과 같은 증오와 적대의 아비지옥을 또다시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자도생해야 하거나, 절망밖에는 할 게 없는 끔찍한 세상으로 우리는 맹렬히 돌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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