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사람들 외면하려던 나 부끄럽다
국민 보호하고 눈물 닦아주는 국가 되길

연말이지만 도시의 거리마다 한적했으며 빈 가게가 많았다. 임대라고 쓴 종이를 붙여놓은 가게도 많았고, 심지어는 당분간 휴업이라고 써 붙인 불 꺼진 가게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불이 켜진 가게도 성업 중인 몇 가게를 제외하고 대부분 한산하였다. 기대했던 연말연시 경기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힘들었으나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잠시 경기가 회복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미크론과 코로나 확산으로 새로운 거리 두기와 방역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것 같다. 벼랑 끝으로 내 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지금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돈을 빌려서 버티는 금융지원은 빚으로 내어 사채까지 쓰게 되는 불행한 자영업자로 만들며, 그마저 버티기 힘든 사람은 하나둘 사라졌다고 한다.

얼마 전 사석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이 내게 따져 물었다. "지금 이 어려운 현실에 문인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며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지식인이나 문인들이 나서서 정부나 언론 대신 무슨 말이라도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 지금 힘들어서 주변에 자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아느냐?"고 말했다. 할 말이 없었다. 이육사, 윤동주, 이수영 등 시인들이 문득 떠올랐다.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나는 순간 부끄러웠다. 20대에는 나라를 위해 데모도 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작아진 나를 보며 얼굴 붉혔다.

생각해보면 K방역 성과는 정부 대책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 협조 덕분이었다. 묵묵히 봉사하는 의료진과 국민의 방역 협조, 그리고 정부 방침대로 방역 지침에 협조하고 거리 두기를 하며 손해를 감수해 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덕분이었다. 대부분 조금만 견디면 되겠지 하며 힘든 나날과 시간을 버티어 왔을 것이다. 매출 감소와 금융권의 많은 빚을 지면서도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견디어 왔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경기가 조금 회복된 듯해서 견딘 보람을 느꼈을 것이고, 연말을 기대하며 그들의 시름을 조금씩 걷으려고 했을 것이다.

대부분 언론이나 정부는 지금까지 피해 입은 그들의 피해액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경제학자 대담을 듣고 놀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지난해 60조 원, 올해 40조 원으로 총 100조 원의 매출 손실액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토록 피해액이 많았는데 우리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 손실보상금으로 그들을 위로했다고 생각한 우리는 잘못된 생각인 것이다. 많은 임대료와 인건비에 비하면 그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던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계속 어려운 시기이다. 정부의 강화된 방역정책과 거리 두기로 대부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망연자실하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무너져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다. 손실 입은 국민을 보호해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국가의 힘이 아닐까. 말뿐이 아닌 신속한 실천으로 그들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벼랑 끝에 서서 고민하는 그들의 등을 다독여주며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의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현재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김수영 시인의 '고궁을 나오면서' 라는 시를 읽으면서 나를 읽는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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