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출신 집필 활동 왕성
함안서 영감 얻어 작업도
"영화인 서울행 막으려면
지역도 창작 지원 늘려야"

학창 시절 친형과 함께 가게 된 극장. 마산 출신인 그는 그곳에서 처음 영화와 만났다. 또 다른 세상을 전해주는 '영화 맛'을 그때 알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 깊은 곳에 영화가 들어와 있었다. 중2 때 영화감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이 일 아닐까?'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인 이지호(46)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영화 인생 시작이었다. 마침 2000년 영화사 '신씨네' 소속 시나리오 작가로 뽑히면서 영화계에 발을 내디뎠다. 감독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게 작가였다.

▲ 영화 <타이거 마스크> 개봉을 앞둔 이지호 시나리오 작가. /이지호 작가
▲ 영화 <타이거 마스크> 개봉을 앞둔 이지호 시나리오 작가. /이지호 작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연출부에서 출발했다. 연출부는 감독을 보조하는 일을 한다. 현장에 가고 싶다는 이 작가 말에 영화사가 그를 조감독 자리에 넣어줬다. 당시 이 영화사가 제작 중이던 영화가 <엽기적인 그녀>였다. 이를 계기로 이 작가는 처음 영화 제작 현장을 경험했다.

"저는 영화 연출을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영화사 대표에게 말했죠. 현장에 가보고 싶다고. 그랬더니 저를 연출부에 넣어주더라고요. 작가로서 기회를 계속 주겠다는 얘기에도 저는 현장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서울에는 작가로 선정되기 몇 해 전에 와있었는데 영화 일을 시작한 건 이때예요."

그 당시 경험 때문일까. 영화 현장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여건이 맞지 않아 시나리오 작업 위주로 활동했다. 감독이 되겠다는 굳은 결심과 맞물려 그는 쓰고 또 썼다.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시나리오는 12편. 그중 영화화된 건 <최후의 만찬>(2003), <닥터>(2012), 그리고 <타이거 마스크>(2021) 등 3편이다.

최근 작업 중 하나인 <타이거 마스크>는 오는 30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배우 조한선이 주연이다. 1시간 37분짜리 코미디물로, 존재감 없이 살던 한 남자가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정의의 사도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 <타이거 마스크>라는 작품은 내가 연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에요. 불가피하게 시나리오만 남길 수밖에 없게 돼서 아쉽지만, 재밌는 작품으로 대중에게 기억되면 좋겠어요. 제 글이 스크린에 걸리게 된다는 건 정말 쾌감이 큰 일이거든요. 영화를 아직 보진 못했는데,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영화 <타이거 마스크> 한 장면. /갈무리
▲ 영화 <타이거 마스크> 한 장면. /갈무리

영화 제작을 놓고 협상 중인 시나리오도 두 편 있다. 공포영화 <홈 커밍>, 추리물 <슈퍼 걸즈>다. <홈 커밍>은 함안지역에 있는 어느 별장과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 전경을 보고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썼다. <슈퍼 걸즈>는 살인사건에 얽힌 걸그룹 이야기다. 두 작품은 모두 이 작가가 영화감독으로 나서 연출하는 조건으로 현재 제작사와 협상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그는 꿈에 그리던 감독으로 내년 데뷔한다.

"영화 투자 단계에서 엎어지기도 하고 의심을 받은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만 줄곧 해왔던 건데, 최근에는 제작을 놓고 영화사와 미팅하고 있어요. 두 작품 중 어떤 영화가 먼저 제작될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계약되더라도 동시에 작업을 진행할 순 없겠죠. 하나를 하면 하나는 뒤에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홈 커밍>은 함안에 있는 별장 주변을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썼지만, 정작 시나리오 속 장소 촬영은 (여건상) 함안에서 하진 못할 것 같아요. "

그의 꿈 목록에는 영화감독 데뷔와 더불어 경남에서 영화 작업을 하는 것도 들어 있다. 하지만 제작비 지원이 적어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게 이 작가 설명이다. 경남에서 작업을 이어가려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또 영화인이 서울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가려면 '파격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지원 액수가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향이 마산이잖아요. 그래서 머릿속에 그림들(영화장면)도 경남이 많아요. 지금까지 만든 제 시나리오에도 경남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머릿속에 있는 그림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작품 하나 만들려면 몇억 원씩 붙어줘야 영화가 될 수 있어요. 적은 금액으로는 영화를 완성할 수 없어요. 지역 영화인에게 생활비 지원까지 해줄 수 있다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예술 지원을 향한 생각의 폭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