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왕따' 기사를 보고 언짢은 김연수 기자. /제작·얼굴 김연수 기자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이 아주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는 꼼수가 있습니다. 먼저 결론을 내립니다. 이제 '해져 있고 는 대답만 해' 기법(?)으로 취재하면 됩니다. 올바른 기사가 나올 리는 만무합니다.

△"K방역 때문에 K왕따 됐다"…'나 홀로 연말' 미접종자의 눈물(2021년 12월 20일 중앙일보)

사연은 이렇습니다. 건강상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은 김 모 씨가 연말 모임으로 친구들과 예약한 식당이 미접종자는 받지 않는다고 통보해 '나 홀로 연말'을 보내게 됐다는 것입니다.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동시에 여러 의문이 생깁니다. '최대 4인 모임일 텐데, 꼭 그 식당에서 한 명을 빼고 만나야 할까?' 물론 기사만 읽고 어떻게 내밀한 사정까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가장 먼저 내세울 만한 사례로는 부적합하지 않나 싶은데, 혹시 기자가 'K왕따'라는 기막힌 조어에 꽂힌 건 아닐까요.

▲ 자극적인 제목으로 정부의 방역·백신 정책을 비판한 중앙일보 보도.  /누리망 갈무리
▲ 자극적인 제목으로 정부의 방역·백신 정책을 비판한 중앙일보 보도. /누리망 갈무리

'K방역 탓에 K왕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사 전반에는 접종 증명·음성 확인제를 넘어 정부 방역정책을 향한 불신이 깔렸습니다. 성인 인구 7.3%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치지 않았습니다. 미접종자로서는 일상 곳곳에서 불편을 감수하기에 볼멘소리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소수인 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기자가 할 일입니다.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고, 더 나아가 자극적인 말을 뽑아 쓰는 것은 기자가 할 일이 아닙니다.

 

백신 미접종자 사례 나열
부족한 근거·자극적 표현
정부 방역정책 겨냥 '꼼수'

전염병 보도에서 특히 따옴표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K왕따 기사에서는 미접종자 입을 빌려 "돌파 감염도 많이 일어나는데…"라고 썼습니다. '많다'라는 건 어느 정도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돌파 감염도 많은데 말이야'라는 불신만 피울 뿐입니다. 질병관리청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12월 12일 기준 2차 접종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비율은 0.292%입니다. 3차 접종 후 비율은 0.043%입니다.

기사 마지막 문단에는 백신 증명 무용론을 뒷받침하려고 "두 번 접종해 봤자 오미크론 앞에선 무용지물"이라고 합니다. 백신 증명은 최소한의 안전망일 텐데요. 화이자와 모더나 추가 접종만 오미크론 감염에 상당한 억제력을 발휘하고, 국내 모든 백신이 중증화를 막는 데는 효과가 있다는 정보는 부연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백신을 반강제화하면서 국민에게 방역 실패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라는 비판은 덤입니다.

어딘가 찜찜한 마음이 든다면 아마도 이렇다 할 대안 없이 불신만 조장하다가 끝났기 때문일 겁니다.

방역 선택지는 △완화 △강화 △봉쇄 세 개입니다. 네덜란드(현지시각)는 지난 19일부터 모든 식당과 상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백신 접종은 애국적인 의무"라며 "제발 백신을 맞아 달라"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더군요.

 

*이 영상 안 보면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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