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생 원로 시인 시선 담겨
지난 세월·여러 시인 삶 조망

오묘하다. 애매한 건가. '그 너머의 시'라니. "<시집 밖의 시>를 낸 지 4년 만이다." 시집 밖의 시와 그 너머의 시는 분명 무슨 관련이 있을 것인데 그런 시가 어떤 시를 말하는 것인지 알 듯도 하면서 모르겠다.

시집과 같은 제목의 시가 있는지 차례를 훑어본다. 26쪽에 '그 너머 시 쓰기'라는 시가 있다. "유의미 시에 싫증 난 시인/ 무의의 시를 등장시켜/ 한 시대 풍미했던 시절 기억하지// 유의미, 무의미에 싫증 나면/ 어떤 시 쓰기로 넘어갈까// 그 너머 시 쓰기는 어떤 것일까(…)"

유의미와 무의미를 넘어선, 그러한 시. 있을 법도 하고 없을 법도 하다. 하긴 이러한 화두 역시 오랜 세월을 관조한 시인의 눈이 아니면 들여다보기 쉽지 않겠다 싶기도 하다.

오하룡 시인. 1940년생으로 경남지역 문단에서 수많은 역할을 맡아 활동했고 수많은 작품을 내고 수많은 상도 받은 원로 시인이다. 새로 낸 시집 <그 너머의 시>에는 세월을 느끼게 하는 시들이 많다. 어쩌면 여든의 자화상은 아닐까.

"살 만큼 살았는데/ 볼 만큼 보았는데/ 겪을 만큼 겪었는데/ 저 길/ 왜 낯설지?"('낯설다' 1연)

"눈치 보았지/ 어디서나 눈치 보았지/ 사는 건 눈치 보는 것이라지만/ 앉으나 서나 주변 살폈지"(이 버릇-여든의 길목)

"걸음 시원찮은 한 늙은이/ 저승반점 잔뜩 뒤집어쓴 늙은이/ 시력 안 좋아 자주 눈 비비는 늙은이/ 이곳저곳 살펴 주춤대는 늙은이/ 낡은 한 건물에 멈춰 선 늙은이/ 젊은 날 삶터 그곳이던 늙은이"('옛 그곳' 전문)

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관조뿐만 아니라 시대를 함께 풍미했거나 하고 있는 시인들의 삶도 조망하고 있다.

"(…)그는 평생 '시'로 단단히 무장했었다/ 헌데 그 무장을 누가 해제시켰는지/ 묘비에 '기'가 텅 비어 허전하였다"('정규화 묘비' 일부)

"마산 창동 예술촌 골목/ 이선관의 창동 '허새비' 시비/ 이 비를/ 나는 생전의 이선관처럼 본다/ 왠지 미안하다/ 생전에 그에 비해 멀쩡해서였고/ 지금은 그보다 오래 살아서"('이선관 창동 허새비 시비' 전문)

"(…)전형적인 아날로그 체질로 아직 인터넷은 생각도 않고 오직 볼펜 그것도 엎드려야 써진다는 기벽을 가진 그는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나 활용하는 것 철저히 전의홍식 전의홍적 아날로그이다"('연당 전의홍 시인' 일부) 황금알. 149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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