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부터 전남 순천 거쳐 부산까지
전국 곳곳 아픈 근현대사 현장 방문
같은 장소 서로 다른 단상 풀어내

여행, 친구, 그리고 근현대사. 신문사에서 만나 결혼한 지 30년이 돼가는 기자 부부가 펴낸 책 <취재남 감성녀>(사진)를 읽고 떠오른 단어들이다. 이 책은 정년퇴임을 앞두고 안식년에 들어간 정학구 전 연합뉴스 경남취재본부장과 코로나 여파로 한 달간 순환휴가를 얻은 이수경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함께 쓴 전국 여행기다. 2020년 6월 한 달간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포착한 역사적 기록과 아픔이 책 속에서 차근차근 펼쳐진다.

제주부터 전라, 서울·경기, 강원, 경상 순으로 이어지는 'ㅁ' 자 형태 여정이다. 속도 싸움에 여념 없는 삶을 살아온 기자 부부가 모처럼 휴식을 취하던 때 제주~순천~신안~목포~광주~부안~태안을 거쳐 서울로 갔고, 수도권에서 강원으로 넘어간 다음 동해안길을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동상이몽 부부 한 달 전국여행'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듯 같은 장소를 방문한 부부의 서로 다른 단상이 책에 드러난다.

부부는 가장 먼저 제주로 떠나 삼별초 토벌과 몽골 제주도 100년 지배, 제주4.3사건 역사를 되짚는다. 항몽유적지, 수월봉, 법환포구, 월령포구 무명천 할머니집, 4.3평화공원 등을 함께 돌아보며 그곳에서 마주한 단상과 풍경을 편안한 문장으로 써낸다.

순천 여순항쟁탑에 갔을 때는 제주에서 만난 4.3사건이 여수에도 있고 아직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포착한다. 전남 해안을 지나면서 찾게 된 광주에선 5.18민주화운동 당사자인 김근태 화백과 김구 선생이 존경했다고 알려진 오방 최흥종 선생을 소개하고, 광주항쟁 가짜뉴스도 짚어 풍성한 이야기를 더한다.

경기도 평택에서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부대 앞 반미와 친미, 보수와 진보, 자주파와 친미파 등 여러 단체 간 여론이 충돌하는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더불어 한국 땅에 있는 미군 기지 개수를 둘러싼 이야기를 여담으로 풀어낸다. 39년 만에 찾은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방문기도 엮었다. 코로나로 길이 막혀 방문하지 못한 강원 통일전망대, 경북 영덕을 지나 만나게 된 포항 호미곶, 부산 영도다리에 얽힌 피란민 사연 등도 풀어낸다. 산과 바다, 계곡과 들판 곳곳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풍광을 목격했지만, 시간 여유를 갖고 둘러본 지역마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상처가 배어 있었다는 얘기가 책 소개 글에 적혀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가 많기에 곁에 남아있는 근현대사 아픔과 지은이 생각을 곱씹게 된다.

해피북미디어 펴냄. 304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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