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장 KBS 방콕 특파원 강의
주체성 갖춘 여성 저항 두각
탄압 증거자료 기록도 유의미

"솔직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얀마 시민들이 독재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산YMCA는 지난 21일 '쿠데타 300일, 지금 미얀마는…'이라는 주제로 제23회 시민논단을 개최했다. 이날 김원장 한국방송(KBS) 방콕 특파원이 미얀마 현지 상황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향후 전망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김 기자는 쿠데타 300일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저항은 겉으로 보기에 한풀 꺾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군경의 잔혹한 탄압 때문에, 이제 몇 분간의 '기습시위(플래시몹)'마저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일 양곤 기습시위 현장에서는 군용차량(트럭)이 돌진, 시위대를 그대로 밀어버려 중태에 빠진 시민도 나왔다. 지난 25일에는 대형 쇼핑몰에서 기습시위했던 대학생 10여 명이 군경도 아닌 경비원에게 구타당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부에 가할 수 있는 압박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봤다. 김 기자는 "미국은 중국과 충돌할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경제제재도 실효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미얀마에 6~7위 수출국에 불과하고, 수입량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 미얀마는 더욱 소중해졌다. 중국은 벵골만 차우크퓨에서 뻗어나오는 송유관·가스관에서 자원을 운송하고 있고, 향후 이곳에 항구를 건설할 계획도 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우회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서다.

▲ 김원장 한국방송(KBS) 방콕 특파원이 21일 마산YMCA가 주최한 시민논단에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줌 갈무리
▲ 김원장 한국방송(KBS) 방콕 특파원이 21일 마산YMCA가 주최한 시민논단에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줌 갈무리

한국도 쿠데타 직후부터 시민탄압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압박 효과는 거의 없다. 김 기자는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기업 경제활동으로 군부에 돌아가는 이익이 있지만, 그렇다고 전면 철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 빈자리는 중국 혹은 다른 나라 자본이 흡수할 게 뻔해서다. 그만큼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이야기다.

김 기자는 "여러 가지로 암울한 상황이지만, 결국 미얀마 시민들이 언젠가 군부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이번 항쟁의 두 가지 의미를 꼽았다. 첫째는 주체성을 갖춘 여성들의 저항이 두드러진다는 점, 둘째는 군부 탄압과 시민 저항의 면면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영상자료가 부족해 헬기 기총소사를 증명하려고 탄착흔 각도를 조사하는 일도 있다"라며 "군부가 저지른 학살 증거는 모든 시민의 휴대전화 안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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