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사이먼 작 〈플라자스위트〉
진주 극단 현장 23∼26일 초연
독립된 3부 구성 옴니버스로
"원하는 행복 찾는 시간이길"
빨간 벽지로 도배된 호텔 방에 카렌 내쉬가 들어온다. 그가 체크인한 곳은 플라자호텔 719호실. 이 공간은 카렌이 20여 년 전 남편 샘 내쉬와 결혼하고 첫날밤을 보냈던 장소다. 특급호텔 스위트룸인 이곳을 어느덧 중년이 된 그가 또다시 찾게 된 이유는 남편과 추억 속 장소에서 결혼기념일을 보내기 위해서다.
카렌은 호텔 직원에게 방 안내를 받은 뒤에도 "여기가 719호실이 맞느냐"고 되묻는다. 그간 방 번호가 바뀐 적은 없는지 물으면서 꼭 719호실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만큼 카렌에게 719호실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샘은 업무 말고는 관심이 없다. 결국 719호실까지 와서 쌓인 불만을 주고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난 17일 오후 7시께 진주 극단 현장 초연작 <플라자 스위트> 런스루 연습(공연 전체를 순서대로 연습하는 방식)이 한창인 진주 동성동 현장아트홀 3층 공연장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연습 내용처럼 줄거리는 719호실이라는 한정된 장소를 배경 삼아 흘러간다. 뒤이어진 장면에서 역시 카렌과 샘은 이 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줄곧 호텔에 머물면서 쌓인 얘기를 털어놓는다.
연극은 두 사람만 소개하지 않고 다른 두 남녀 이야기도 풀어낸다. 몇 개의 독립된 이야기를 늘어놓는 옴니버스 형식 작품이어서, 카렌과 샘 줄거리가 끝나면 같은 장소를 찾은 다른 사람 얘기가 연달아 펼쳐진다. 과거를 추억하고 싶어 하는 할리우드의 젊고 유능한 제작자인 제스 키폴링거와 그의 어릴 적 첫사랑 뮤릴 테이트, 딸 밈시의 결혼식 겸 호텔을 찾은 노마 허블리와 로이 허블리 부부 이야기가 2부와 3부에서 이어진다. 같은 공간 배경인 719호실에서 서로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연극 <플라자 스위트>는 20세기 브로드웨이를 이끈 미국 대표 극작가인 닐 사이먼(1927~2018) 작가 극본이 원작이다. 극단 현장에서 배우로도 활동 중인 송광일 씨가 이번 공연 연출을 맡았는데,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인상 깊게 봤던 닐 사이먼 원작을 처음 무대로 가져왔다. 현장에서 만난 송 씨는 "언젠가 꼭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서로 욕망은 다르지만 그걸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내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긍정적인 답을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은 오는 23~24일 오후 7시 30분과 25~26일 오후 5시에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네 차례 공연된다. 전석 1만 원. 문의 055-746-7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