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없이 자료 요구·도면 사용
하도급법 위반…6억 5200만 원
대우조선, 시스템 개선 약속

대우조선해양이 납품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하도급법에 따른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고 납품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대우조선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6억 52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91개 업체에 기술자료 총 617건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건은 35개 납품업체서 365건, 기술자료를 받은 후 요구 서면을 교부한 건은 57개 납품업체서 252건이다. 1개 수급사업자가 중복돼 총 수급사업자수 91개사다.

대우조선은 또한 선주의 특정 납품업체 지정 요구에 부응한다는 명목으로 2018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존 선박용 조명기구 납품업체 제작 도면을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선박용 조명 기구는 엔진 진동, 외부 충격, 염분이 많은 해수와 접촉 등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기에 가정용과 달리 폭발 방지 구조, 높은 조도, 우수한 전기적 안정성 등이 요구된다. 선주는 대우조선에 납품 실적이 없는 특정 업체에서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받으라고 요구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대우조선은 이에 2018년 5월 8일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있던 기존 업체 제작도면 27개와 새로운 업체(특정 납품업체) 제작도면을 비교한 후 차이점을 확인했다. 이후 특정 납품업체가 기존 업체 도면을 사용해 제품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19년 4월 9일과 4월 30일 특정 업체가 기존 업체와 같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존 업체 제작도면(각 1개)을 특정 업체에 전달했다.

대우조선은 기술자료 법정 서면 미교부를 두고 "하도급업체로부터 납품받을 제품을 선주에게 승인받기 위한 목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정당성을 호소했다. 기술 유용을 두고는 "선주 요청에 따라 납품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주장에 "기술자료 요구 정당성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요구 목적, 권리귀속관계 등을 명확히 하고 납품업체 기술보호와 유용 예방 등을 위해 기술자료 요구 서면 사전 교부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91개 업체에 교부하지 않아 법을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주 요청이 있었더라도 납품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가 위법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제작도면(승인도)이 기존 업체 고유기술이 포함된 기술자료라고 명확히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우조선은 이번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납품업체 기술자료 교부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조선업계의 기술자료 서면 미교부 행태와 기술유용 행위를 엄중히 제재해 다시 한번 중소기업 기술보호 중요성을 부각했을 뿐 아니라, 대우조선의 서면교부 시스템 개선까지 이끌어낸 데 의의가 있다"며 "기술자료 제공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사전에 요구 목적, 비밀관리 등 중요 사항을 협의하고 서면을 발급하여야 함을 다시금 명확히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내년 2월 18일 납품업체가 기술자료를 제공할 때 원청의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한 규정이 시행된다. 공정위는 중소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제도와 체계적 비밀관리 방법 등 교육·홍보로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더 두텁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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