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중심 다문화 교육 우려
"언어·계층 이질성 고려해야"

#1. 중국 출신 ㄱ 씨는 아버지 초청을 받고 한국으로 들어온 청소년이다. 그는 한국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대학 입학을 최종 목표로 하는 만큼 중도 입국한 자신은 따라가기 힘들겠단 판단이 섰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2. 몽골 국적 외국인 부부는 비자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 아이는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학교 다니는 동안에도 추방 당할 수 있었다. 어렵게 고등학교를 마친 아이는 정부가 한국에서 살 방안을 마련해 주지 않는 건 차별이라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그 결과 올해 4월 임시 체류 자격을 얻었다.

14일 세계 이주민의 날(12월 18일)을 앞두고 정책 심포지엄이 창원대에서 열렸다. '이주배경 청소년'은 자신 혹은 부모 세대가 이주를 경험한 9~24세 연령에 속하는 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또 다른 문화권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불안을 안고 산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배경 청소년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문경연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박사는 다문화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여성가족부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보면 청소년 집단 약 72%가 다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청소년기는 다문화 적응을 하는 최적기라 볼 수 있다. 문 박사는 "이주배경 청소년은 부모와 또래, 교사와 관계에서 문화 적응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때 사회적 차별을 경험해 적응이 어려우면 낮은 자아존중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국내 다문화학생 학업 중단율 통계'(2014~2018)를 보면 초·중·고 평균 약 1%를 유지하고 있다. 꾸준히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있다는 얘기다. 2018년 통계에서 상급 학교 진학 시 학업 중단율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가정 형편, 인간관계 어려움 등이 학업 중단 원인으로 꼽힌다.

문 박사는 학교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주배경 청소년 교육 관련 정책도 우려했다. 그는 "학교 밖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야 하며, 이들 사이 다양함과 언어·계층 이질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주배경 청소년을 향한 낙인이 더 강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주배경 청소년 다문화 수용성을 높여야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이해교육과 이주를 먼저 경험한 청소년-이주배경 청소년 간 접점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같은 이주 배경을 가진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많이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다문화 수용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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