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출판기념회 열려
시민사회 치열한 운동 기록

"저희 활동이 실패했든지 성공했든지 간에 이미 기록이 됐고,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 이 기록은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또 다른 활동가들의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인간적 한계와 시대적 한계까지 포함해 평가하고 재해석해 나갈 것이다."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경남본부 상임대표)

경남지역 1세대 공익활동가들의 삶과 활동을 기록한 책이 나왔고, 이를 축하하고자 선후배 동료 활동가 90여 명이 모였다. <인향만리(人香萬里)> 출판기념회가 13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상남도공익활동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렸다.

<인향만리>는 △김영만(76) 6.15공동선언실천경남본부 상임대표 △이경희(73)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대표 △임봉재(79) 전 가톨릭농촌여성회장 △정동화(76) 창원청년비전센터장 △신석규(74) 경남겨레하나 상임대표 △전점석(70)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 △양운진(72) 전 들꽃온누리고등학교장 △고승하(73) 전 민족음악인협회 초대 회장 △강기갑(68) 흙사랑 대표 △김용택(77)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 △허성학(73) 전 천주교 마산교구 신부 △허연도(70)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지도위원 △강인순(67) 경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배종혁(83) 낙동강네트워크 경남대표 △정현찬(73)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등 경남 1세대 공익활동가 15인의 삶과 활동을 담아낸 책(465쪽)이다.

2019년 10월 '경남 민주화운동의 상징' 김영식 신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안타까웠던 마음에서 이번 기록사업이 시작됐다. 출판기념회는 그 결과물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자리였다. 할아버지 동요모임 '철부지'가 식전 공연으로 행사 시작을 알렸고, 참석자들은 긴 내외빈 소개 없이 원형탁자 번호별로 차례대로 일어서서 인사했다. 같은 영역에 있는 후배 활동가가 선배 활동가에게 책을 증정하는 시간도 마련됐고, 1세대 활동가와 책 편집위원, 기록자, 촬영감독이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1세대 활동가들은 겸연쩍은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번 기록이 지역 시민운동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랐다.

▲ <인향만리(人香萬里)> 출판기념회가 13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상남도공익활동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참석한 경남지역 1세대 공익활동가와 선후배 동료 활동가들이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인향만리(人香萬里)> 출판기념회가 13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상남도공익활동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참석한 경남지역 1세대 공익활동가와 선후배 동료 활동가들이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김영만 대표는 "책이 참 무겁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며 "제 삶은 향내는커녕 인격이나 품위를 생각하지 않고 싸워와 악취가 나는데, 인향만리라는 제목을 붙인다는 게 좀 거부감이 생긴다. 인품이 훌륭한 분들 사이에 끼여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경희 대표는 "이렇게 기록하고 영상을 만들어 감사하지만, 도망가고 싶을 만큼 민망함도 크다"며 "빈부격차를 비롯한 기후위기 등 다양한 문제가 있고 좀 더 세상을 잘 만들어보자는 투쟁과 저항의 시대는 계속될 것인데, 사소한 것에서 저항은 시작된다는 교훈을 다시 새기겠다"고 밝혔다.

양운진 전 교장은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공동체를 살리자는 시민운동은 살아남아야 하고 앞으로 더 필요하다. '나만 배부르면 되지, 옆의 사람을 돌볼 필요가 뭐 있느냐'는 개인주의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대표는 후배들에게 남기는 '순간에 꼴아박아라'는 말에 관해 "한 가지 일을 하면 온몸을 던지는 편인데, 지금은 조상이 짓던 농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꼴아박고 있다. 흙이 살아나야 작물이 살아나고, 식탁이 살고, 바이러스 침공으로 멈춰선 세계를 넘어 건강과 면역성을 살려낸다"고 밝혔다.

기록과 출판 작업에 함께한 이들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종은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단순히 책과 영상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15명의 삶과 활동을 다음 세대가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계승하는 것이 이 책에 담긴 정신"이라며 "앞으로 각 단체와 기관에서 이런 작업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박종순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개인의 역사가 모여 지역사가 되고 시대사가 되고 한국현대사가 된다"며 "이 기록이 소중한 역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15인 인터뷰 영상은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유튜브 채널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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