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마산구항 친수공원 공사
길 가운데 변압기·전신주 우뚝
시민 불안…"설계 이해 안돼"
해수청 "문제 확인 땐 보완"

마산 장어거리 앞 친수공간 진입로 중 한 곳이 지상변압기·전신주 등 전기시설이 자리 잡은 터에 조성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하면서도, 공사가 끝나기 전에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오전 창원시 마산어시장 장어거리 일대를 찾았다. 이곳은 원래 바다가 맞닿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였지만, 방재언덕(1.25㎞·5만 8000㎡) 조성을 위해 2013년부터 바다를 메우기 시작했다. 태풍 매미 당시 워낙 침수 피해가 컸던 탓이다. 2018년 매립과 방재시설 설치를 마무리하고, 지금은 조수차단벽 안쪽 매립지를 친수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돌아보니 중앙광장·운동시설·휴식공간 등 공원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친수공원 양쪽 끝에 있는 주차장에는 밖에서 공원 안쪽 길로 들어갈 수 있는 도보 출입구가 있다. 이 중 마산수협 공판장과 가까운 제2주차장에서는 의아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진입로 한가운데를 지상변압기 2개와 전신주 1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나다니라고 만든 길 중간에 왜 전기시설이 놓여 있을까. 지상 변압기를 자세히 보면, 시공날짜는 2018년 3월로 적혀있다. 항만친수공원 조성 사업(마산구항 방재언덕 환경개선공사)은 지난해 시작했다. 길이 난 곳에 시설이 생긴 게 아니라, 시설이 있는 곳에 길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곳 지상 변압기들은 2만 2900V 특고압 가공선로를 220V·380V로 변압시켜주는 장치다.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공사 기본·실시설계 보고서(2012)'를 보면, 변압된 전기는 침수를 막을 조수차단벽과 공원에 설치될 분수 시설 등에 공급된다. 박규재 한국전력공사 마산지사 전력공급부 과장은 "방재언덕 내부 해수취수시설, 친수공원 가로등 등 일반시설에도 쓰인다"라며 "매립 이후 2017년 전기사용신청이 들어와 설치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상 변압기는 길거리에 흔히 보일 정도로, 위험한 시설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9일 창원시 마산구항 친수공간(마산합포구 오동동 323번지 일대) 제2주차장 도보 진입로 한가운데 지상변압기·전신주 등 전기시설이 놓여 있다.  /이창우 기자
▲ 9일 창원시 마산구항 친수공간(마산합포구 오동동 323번지 일대) 제2주차장 도보 진입로 한가운데 지상변압기·전신주 등 전기시설이 놓여 있다. /이창우 기자

하지만, 시민들 처지에서는 불편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상 변압기는 울타리 설치 규정도 없지만, 사고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2010년 <지상변압기의 화재 폭발에 대한 안전성능 향상 요소기술 개발> 보고서에서 해안가 지상변압기가 염분에 부식돼 안전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썼다. 거리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가끔 차량이 들이받아 일대가 정전되는 일도 생긴다. 한국전력공사도 꾸준히 지상 변압기 지하매설 기술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민동호 남성수산센터 관리소장은 "시민이 봤을 때는 왜 설계를 이렇게 했는지,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전신주와 변압기를 옮기는 데는 수억이 들 테니 아직 공사하고 있는 길을 옮기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산해수청에 이야기해봤지만, 이미 예산을 집행해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라고 덧붙였다.

민승기 마산해수청 항만건설과 주무관은 "전기시설이 설치된 길은 공원 주 출입구라기보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중 한 곳"이라며 "사람이 지나갈 수는 있지만, 빈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큰 문제가 된다면 확인 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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