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박신·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각자 고른 나쁜 뉴스 가운데 하나를 찍어 지면에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박신 기자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국내에서 확인되자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했습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속 언론은 새 바이러스 등장에 주목했습니다. 누적 확진자 수와 특이 사례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수많은 보도 가운데 이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오미크론, 공기 전파설 사실이었다…홍콩 확진자 둘 미접촉 확인(12월 6일 뉴스1)

▲ 지난 6일 자 '뉴스1' 기사. 오미크론 공기 전파가 사실인 양 보도하지만 기사 내용에는 사례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연구는 부족하다.  /갈무리
▲ 지난 6일 자 '뉴스1' 기사. 오미크론 공기 전파가 사실인 양 보도하지만 기사 내용에는 사례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연구는 부족하다. /갈무리

이미 '사실'로 못 박았는데 내용을 보겠습니다. 기사는 홍콩 한 호텔 맞은편 방에 격리된 두 사람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들이 접촉 없이 감염된 것에 주목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연구는 아직 부족합니다. 이 정도 내용이면 제목이 민망합니다.

최근 오미크론 보도 경향을 보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2월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하고 지나친 불안을 조성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뚫렸다'라는 표현을 중심으로 지난해 2월 말과 올해 12월 초 기사를 비교해봤습니다.

△'코로나19 청정' 강남구도 뚫렸다…대구 방문자 2명(2020년 2월 26일 이데일리) △국책은행도 뚫렸다…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수출입은행 폐쇄(2020년 2월 27일 뉴스1) △용산·을지로 이어 여의도도 뚫렸다…28일 LG트윈타워 근무자 재택근무(2020년 2월 27일 서울경제)

코로나19 확산 초기 특정 지역이나 공간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 언론은 으레 '뚫렸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번에는 최근 오미크론 관련 보도입니다.

△K-방역도 뚫렸다…목사부부 아들도 오미크론 '일파만파'(3일 이코노미스트) △'비수도권'도 오미크론 뚫렸다…인천교회 방문한 진천 70대 외국인 '확진'(6일 매일경제) △서울도 오미크론 뚫렸다…외국인 유학생 3명 확진(7일 조선일보)

지난해 4월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했습니다. 보도준칙에는 기사 제목에 패닉,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을 쓰지 말자고 돼 있습니다. '뚫렸다'도 정확한 정보보다 공포를 조장하는 표현에 가깝지 않습니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년 남짓 유전자 형태를 바꿔 진화하며 끈질기게 인간을 괴롭힙니다. 반면 코로나19 관련 보도는 2020년 2월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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