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뒤로하고 모트롤BG 입사
국외영업 등 8년간 경험 쌓아
2016년부터 건영테크서 경영
굴착기 시트 콘솔 개발 총력
창원국가산단 발전 방안 고민
"정부서 지역인재 유치 지원을"

1974년 조성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지난 50년 동안 경남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 창원산단 입주 기업도 세대교체가 한창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 2018년 3월 30일 '창원산단 미래경영자클럽'이 결성됐습니다. 창원산단의 젊은 심장, 2세 경영인들은 누구일까요? <경남도민일보>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이들 2세 경영인 중 8명을 소개합니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임진영(39) 건영테크㈜ 상무입니다.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에 있는 건영테크는 건설·농기계 부품, 산업차량(지게차) 핸들, 도어록, 연료 뚜껑, 배터리상자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국내외 중장비 제조업체인 현대건설기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 일본 히타치, 미국 밥캣 등에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회사는 1992년 12월 2일 임국건(67) 대표이사가 세웠으며, 직원 110명이 일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역대 최대인 3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해에 있는 세진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영어교사가 되고자 했던 경영인 = 임진영 상무는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경영학 복수전공)했다. 영어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졸업 무렵 좌절을 맛보고, 캐나다로 1년 어학연수를 떠났다.

임 상무는 캐나다에 머무르면서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거기서 외국계 호텔, 서비스업계에서 일하면서 공부를 병행했다.

캐나다 유학이 전화위복이 됐던 걸까. 2008년 두산그룹 내 유압기기 사업부 모트롤BG에 합격했다. 국외영업팀 6년, 글로벌 소싱팀 2년 등 모두 8년의 세월을 모트롤에서 보내며 글로벌 기업의 조직 운영과 시스템 등을 두루 익혔다. 그때 사실상의 경영수업이 시작된 셈이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아버지 임국건 대표이사와 함께 건영테크와 건영산업 경영을 맡고 있다.

"모트롤 근무 때 창원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외에 세일즈하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이 컸습니다. 모트롤에 있으면서 세계 굴지의 회사,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마케팅 경력을 쌓았습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경영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2019년부터 2년 동안 카이스트 경영대학 EMBA(Executive MBA) 학위과정을 밟기도 했습니다."

◇기업가는 도전하는 사람 = 모트롤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고 어깨도 무겁단다. 어려움도 겪었다.

"2019년 기업을 인수할 때 EMBA에서 들었던 수업과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사와 회계 기업가치 평가만으로는 인수합병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실무 협상에서는 CEO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입니다."

▲ 임진영 건영테크㈜ 상무가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에 있는 건영테크 정문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민병욱 기자
▲ 임진영 건영테크㈜ 상무가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에 있는 건영테크 정문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민병욱 기자

그에게 '기업가 정신'을 물었다. '안 가본 길'에 대한 도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조업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과 거래하는 창원산단 중소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인력 채용의 어려움,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외국인 노동자 수급문제 등 그야말로 첩첩산중입니다. 존경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기업가들을 응원하는 분위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척정신, 위험(리스크)을 감수하고서도 계속 도전했던 1세대 분들의 기업가 정신을 본받고 싶습니다."

임 상무는 미래 먹거리로 차세대 굴착기 시트 콘솔과 외장 제관품, 스마트 도어 래치(잠금장치)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시트 콘솔은 내년부터 글로벌 기업 채택이 확실시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인재 남을 수 있도록 지원 필요" = 임 상무는 제조업은 그 자체로 일자리를 지키는 역할도 하지만 주변의 서비스업과 학교, 연구소 등 함께 공존하는 굳건한 공유지라고 믿는다. '지적 클러스터' 역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창원국가산단은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기계산업의 집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이 창원산단에 더 많이 채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국가산단은 기계산업 중심단지로는 세계 톱 클래스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방 중소기업으로서 한계도 공존합니다. 일전에 박민원 경남창원스마트그린산단사업단장님 강연을 들었는데, 경남지역 대학 졸업자의 지역 내 업체 취직 비율이 20~30%밖에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비싼 물가나 집세 등을 따지면 수도권이나 지역이나 쓸 수 있는 돈은 비슷한데도 그렇다고 합니다. 지역을 살리려면, 창원산단이 유지·발전하려면 지역에 사람이 남아야 합니다. 지역인재가 지역업체에 취업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일정 수준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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