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환경단체, 인식 조사 발표
석탄 발전소 있는 하동·고성
타 지역보다 퇴출 동의율 높아
대선 공약 감시·정책 요구도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에서 약 140m 떨어진 거리에 명덕마을이 있다. 405명의 주민들이 이 마을에 발전소가 들어선 뒤 33명의 암환자가 생겼다.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발전소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생계도 무너졌다. 명덕마을 주민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물고기들이 사라져 일을 그만두고 농사일을 한다.

명덕마을에서 65년째 살고 있는 조명주(63) 씨는 "아침에는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많이 나와 볕이 잘 안 들고, 사람이 견디지 못할 정도의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지금 명덕마을 주민들은 이주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석탄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더 예민하게 느끼고, 석탄 발전소 폐쇄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는 7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발전소 인식과 관련 정책 의견을 물은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실태조사에서는 하동 78%, 고성 77%로 석탄 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의 석탄 발전소 퇴출 동의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드러났다. 석탄 발전소가 없는 창원은 76.4%였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공약을 물은 질문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석탄 발전소가 없는 창원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개발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응답이 26.7%로 가장 많았다. 반면 석탄 발전소가 있는 하동(35%), 고성(26%) 주민들은 '탈석탄 및 석탄 발전소 폐쇄'를 원했다.

이는 석탄 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더 많이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 주민 사이에서 건강 문제 호소나 발전소 관련 갈등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가 7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 발전소 관련 실태조사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가 7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 발전소 관련 실태조사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다. 창원 83%, 고성 76.7%, 하동 72%로 모두 기후위기 심각성에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기후위기가 자연재해와 전염병을 확산하고 전반적인 사업 구조 및 일자리에도 영향을 준다는 등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심각성을 묻는 답변에도 동의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정진영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창원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없는 지역이지만 기후위기 인식이 높게 나타났는데 그만큼 기후 재난 현상이 우리 일상을 파고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정부와 경상남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시민사회 목소리를 반영해 석탄 발전소 조기 폐쇄와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는 석탄 발전소 지역주민과 연대해 기후 정책과 탈석탄 공약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전국 석탄 발전소 인근 지역 12곳에 거주하는 주민 3600명을 대상으로 했고, 경남에서는 창원과 하동, 고성 주민 90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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