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체교육 배제한 선수 육성
개인별 지도로 주특기 터득
지역 중·고 연계 성장 과제

거제 계룡초등학교가 '씨름 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계룡초교 씨름부는 올해 열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단체전에서 9월 열린 제35회 전국시도대항장사씨름대회에서 공동 3위, 11월 열린 제49회 경남씨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개인전에서는 김대원·손재민·강세윤 등 6학년 선수들 활약이 눈부셨다. 특히 김대원은 4월 열린 제51회 회장기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용장급(55㎏ 이하) 우승을 시작으로 제58회 대통령기전국장사씨름대회 겸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용장급(55㎏ 이하) 금메달, 제35회 전국시도대항장사씨름대회 용사급(60㎏ 이하) 금메달, 제18회 학산배전국장사씨름대회 역사급(70㎏ 이하) 은메달 등을 거머쥐었다.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거제종합운동장 보조구장 한편에 마련된 씨름장에 들어서니 6학년 6명, 5학년 2명, 4학년 4명 등 소년 장사들이 훈련하고 있었다.

모래판을 주시하는 양사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방심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연방 목소리를 높였다.

계룡초교 씨름부는 집체교육을 하지 않는다. 선수별 특성을 아는 양 감독은 주특기를 연마하도록 개인별로 지도한다. 선배와 후배가 짝을 지어 훈련하는 것도 특징이다.

양 감독이 다른 선수들을 가르칠 때 선배가 후배에게 보완점 등을 알려준다. 4·5학년 선수들은 양 감독과 6학년 선배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으며 담금질한다.

양 감독이 강조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선수들이 주특기를 제대로 구하는 것, 둘째, 자신감 있게 임하는 것이다. 자세가 흐트러지고 이기려는 데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일라치면 어김없이 양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 지난 2일 거제 계룡초등학교 씨름부 선수들이 거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일과 수업을 마친 뒤 훈련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 지난 2일 거제 계룡초등학교 씨름부 선수들이 거제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일과 수업을 마친 뒤 훈련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양 감독은 2018년 계룡초교 씨름부를 맡았다. 선수가 4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거제지역 초등학교 체육 담당자에게 연락해 학생을 추천받고, 지역 씨름대회에서 눈여겨본 아마추어 선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운동부에 선입견이 있는 부모들 인식을 전환하고 학생 의사를 확인해 엘리트 체육으로 이끄는 일은 '한 땀 한 땀' 이뤄졌다.

전문적으로 씨름을 배운 선수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향상됐다.

아쉬운 점도 있다. 거제지역에는 씨름부를 운영하는 중고교·대학교가 없다. 초등학교 졸업 선수들은 창원·김해 등지로 전학해 씨름을 이어갔다. 인재 유출을 막고자 양 감독은 중학교로 진학하는 5명을 올해 거제 계룡중학교로 가도록 했다. 중학교에 씨름부를 만들 요량이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선뜻 나서는 학교가 없었다.

현재 중학생 선수들은 수업을 마치면 초등학교 '모교' 씨름장에서 더부살이 훈련을 하고 있다.

초·중학생을 같이 지도하는 양 감독은 "부담이라고 생각하면 안 했다. 사명감으로 하는 거고 씨름할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지옥에서도 데리고 오고 싶은 심정"이라며 웃었다.

김대원을 포함해 올해 6학년 선수들도 거제지역 중학교로 진학할 예정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지역 내에 씨름선수 육성 시스템을 갖추는 게 양 감독 바람이다. 그는 "중학교 씨름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역사회에 형성돼 있다"며 "이 좋은 선수들이 나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좋은 지도자들과 같이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학교 운동부, 엘리트 체육과 관련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한다"면서 "선수 이전에 학생이다. 이 선수들이 공부하면서 얼마든지 거제를 빛낼 수 있고, 또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게끔 신경 써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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