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당연한 말이라고, 권리를 찾아 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은 감내해야 한다고 여겼다. 사회 경험을 시작하고 낯선 환경에 내몰려, 사회적 유대 관계를 신경 쓰면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권리를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애써 삼키는 일이 왕왕 생겼다. 열렬한 투사처럼 매번 싸우기도 지치고, 좀스럽게 보일까 걱정이 들었다. 어느새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되었다.

여성가족부 '2020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1만 4536명 가운데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한 적이 있다는 청소년은 4.6%였다. 이들 가운데 최저시급을 받지 못한 비율은 29.9%, 임금체불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18.9%였다. 기본적인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은 청소년 비율은 절반 이상인 53.1%였다.

부당한 일을 겪어도 대부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74.1%는 '참고 계속 일한다', 17.6%는 '그냥 일을 그만두었다'고 답했다. 중복 응답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권리 위에 잠자는 청소년이 대다수였다. 17기 창원시(마산)청소년참여위원회 도움으로 청소년 56명에게 부당한 대우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까닭을 물었더니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몰라서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불이익이 두려워서라고 답했다.

세상은 조금씩 진보하지만, 여전히 가슴 따뜻한 일보다 부조리한 일이 더 많은 인상이다. 권리를 찾으려고 부조리에 맞서 긴 시간 투쟁하는 수많은 을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 나아가는 이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권리를 찾겠다고 나서기도 전에 지레 겁이 날 법도 하다. 권리를 찾아 행하라고 권하고, 반기는 분위기라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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