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작·출연에 소외된 여성 더 늘려야
물론 다른 소수자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8개월간 편집국에서 사진부 인턴을 마치고 최근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이가 남긴 인사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여자 기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여자 기자를 더 이상 신기해하지 않는 언론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자 사진기자도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인사말 중 유독 그 말이 마음에 콱 박혔다. 여전히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 하는 생각에서다. 당장 경남도민일보 편집국 기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여전히 여성 비율은 절반에 턱없이 모자란다. 경남 지역 타 언론사도 남성과 여성 비율이 비등비등한 곳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취재, 편집기자보다 인원이 더 적은 신문사 사진기자를 떠올려보면, 도내에 여성 사진기자가 과연 있긴 했었나 싶을 정도다. 영상 사진기자도 마찬가지다.

몇 주 전에 본 KBS <다큐인사이트> '다큐멘터리 뉴스룸'도 떠올랐다. 9시 뉴스 메인 앵커인 이소정 기자가 한국의 뉴스룸을 이야기하고, 외국 사례를 함께 보여줬다. 한국은 차츰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뉴스에서 소외됐다는 것이다. 뉴스 제작 구성원뿐만 아니라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에서도 그런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다큐에서 영국 BBC 방송국은 2017년 한 구성원의 제안으로 50 대 5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남녀 출연자 성비를 맞추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실력을 갖췄지만,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던 여성 전문가의 목소리를 더 발굴해서 담아내는 이 프로젝트를 이어간 이후 16~37세 여성들이 BBC 콘텐츠를 더 찾게 됐다는 응답이 58%로 나왔다.

다른 나라 언론사도 이런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사는 여성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구축하고, 방송에 익숙지 않은 여성 전문가의 미디어 교육 등도 진행하기에 이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남성, 여성 외부 칼럼니스트 수를 같게 구성하고 여성 중심의 보도를 위한 특별팀을 운영한다.

왜 여성의 목소리가 더 늘어야 하는지 혹시라도 묻는 이가 있다면, 앞서 말한 다큐를 다시 인용하겠다. 나야 닐센 BBC 디지털 뉴스 대표는 "우리 목표는 남녀 성비가 50 대 50이 되고, 직원 20%는 흑인과 아시안, 다른 소수 인종이며, 12%는 장애인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영국 인구 비율과 굉장히 가깝다"라며 "다양성은 우리를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여성 전문가, 여성 정치인 등을 언론에서 접할 기회를 더 늘려가고, 이를 더 많은 여성 언론인이 보도하면서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 50 대 50 프로젝트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요원한 것일까. 막연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당장 우리 신문에서도 더 많은 여성 전문가를 발굴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여성이 끝이 아니라, 다른 소수자의 목소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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