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경력단절이란 산 넘으니 더 큰 산
이아이 돌보며 일하기란 몸을 갈아 넣는 것

지난해 이맘때였다. 첫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축하 반, 우려 반의 반응이 쏟아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가 제일 바쁘다더라.", "신경 쓸 일이 부쩍 많아진다.", "일 계속하려면 학원 뺑뺑이 말고는 답이 없다." 겪어보지 못한 미래의 일들은 불안과 초조가 되어 돌아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까'의 문제만큼 '내 일을 무리없이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도 컸다.

가뜩이나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돌봄 문제는 목을 조르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서 집에서 보육할 것이냐, 혹시나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등원시켜야 하나. 매일 무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다.

딸은 초등학교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마스크를 쓰고도 친구를 사귀고, 체육 시간에 뛰어놀았다. 문제는 하교 시간이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닐 때는 오후 6시까지 돌봄이 보장됐지만, 초등학교는 달랐다. 낮 12시 반 하교였다. 맞벌이 부모 증빙을 한 덕에 돌봄교실에서 돌봄이 가능했지만, 오후 4시 30분까지 교실에 남아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보통은 2시 30분, 늦어도 4시 전까지는 모두 하교했다.

"돌봄 교실 안 갈래. 재미없어." 두어 달이 지나서 딸은 돌봄교실을 끊어달라고 말했다. 가만히 교실에 앉아 있는 것도 답답하고, 남아있는 친구들도 별로 없으니 심심하다는 이유였다. 골치가 아팠다. 다른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은 어떻게 일하나 싶어 주변에 물어봤더니 두 가지다. 밤까지 학원을 보내거나, 일을 그만두거나.

2020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보면 여성 고용률은 30대에 급락한다. 20대 후반~30대 초반에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고 초등학교에 보내는 시점과 맞물리는 셈이다. 20대 후반 68.7%던 여성 고용률은 30~34세에 64.5%, 35~39세 구간에 58.6%까지 감소한다. 출산 직후의 '경력 단절' 산을 넘었더니 취학 후에 더 큰 산이 기다리는 셈이다.

부부가 똑같이 일을 해도 엄마만이 '워킹맘'으로 불리는 불편한 현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의 1년을 돌아보면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그나마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프리랜서라 망정이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일은 꿈도 못 꾼다. 게다가 감기에 걸려 기침이라도 하면 등교 금지인 코로나 시대. 위기는 종종이었다. 코감기에 걸려 조퇴한 딸을 맡길 데가 없어 매거진 취재 현장에 함께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박물관 학예사를 인터뷰하는 자리였는데, 이야기가 길어지자 딸이 옆에 다가와 속삭였다. '이제 집에 가자.'

올해 7월 첫 책을 내고, 조금씩 들어오는 강연, 새롭게 하게 된 방송일까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선택을 늘릴 때마다 혼자 심심하게 남아있는 딸이 눈에 밟혔다. 결국 특정 요일은 오후 2시 30분에 하교하기로 약속하고 더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퇴근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가서 일하거나, 그것도 안 될 때는 아이들을 돌보며 정신없이 일한다. 결국 '몸을 갈아 넣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곧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방학에도 돌봄교실을 운영해서 다행이지만, 돌봄교실도 방학기간이 있어 일주일, 이주일씩 돌봄 공백이 생긴다. 그나마 저학년 때는 돌봄 교실이라도 운영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그마저도 없다. 이쯤 되면 기혼 유자녀 여성이 커리어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미션임파서블'에 가깝다. 과연 내년에도 워킹맘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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