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두환 호 딴 명칭 비판 계속
지명제정 주민발의 운동 시작
16일까지 1000명 이상 서명 목표

고 전두환의 호를 딴 합천군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위한 공원지명제정 주민발의 운동이 시작됐다. 16일까지 합천군민 1000여 명 서명을 받아 군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6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법과 조례에 근거해 공원지명 제정 주민발의 운동을 시작해 10일 이내에 합천군 유권자 50분의 1 청원인을 모집, 주민발의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공원 명칭이 정당치 못한 행정임을 지적하고 법과 조례에 근거해 지명위원회 개최와 심의를 군수에게 직접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러나 군정 책임자가 법과 규정을 준수할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주민의 간곡한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만약 적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었음에도 군수가 또다시 외면한다면 군정 책임자로서의 자격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사퇴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온건한 대응이 계속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방자치법 제15조에는 인구 50만 이하 시군과 자치구에서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50분의 1 이상, 20분의 1 이하 범위에서 주민발의를 할 수 있고, 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에 의견을 첨부해 주민발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11월 말 기준 합천군 19세 이상 인구는 3만 9502명이다. 790명 이상 주민이 서명에 참여하면 공원명칭 변경 관련 주민발의가 성사된다.

▲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6일 경남도청 앞에서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위한 공원지명제정 주민발의운동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6일 경남도청 앞에서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위한 공원지명제정 주민발의운동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같이 합천군민이 중심이 돼 일해공원 명칭 변경 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 14년간 주민 갈등을 일으키는 일명 '전두환 공원'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성 때문이다. 2007년 합천군이 '새천년 생명의 숲' 이름을 바꾸면서 현행법 등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은 데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의 호를 딴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자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표준화 편람>에는 "대한민국의 지명 표준화는 헌법과 법률이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해야 하며 여기에는 민주주의 원리,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이 포함된다"고 돼 있으며, 이는 상위법인 지명정비 규정에 따라 효력을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1995년 반란수괴죄·살인·뇌물수수 등으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며 '헌정 파괴 행위'가 인정된 전두환의 호를 사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합천군은 2007년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을 확정한 후 공식 지명으로 등록하지도 않았다. 당시 지명 표준화 편람에 명시돼 있던 '시군구 지명위원회 심의→시도 지명위원회 심의조정→국토지리정보원·국가지명위원회 최종심의→고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합천군은 지명 등록이 강제 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며 '지역에서 그냥 부르는 이름'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헌법 위반이라는 점에서는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동의 합천군민운동본부 간사는 "명칭 변경 여론이 높아 다음 주 목요일(16일)까지 1000명 이상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를 할 계획"이라며 "합천군은 청원이 제출되면 즉각 심의에 나서야 한다. 만약 이를 미룬다면 국민권익위원회에 판단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합천군은 이와 관련해 "일해공원 명칭 변경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하면 50 대 50으로 찬반이 팽팽해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며 "양측이 만족할만한 해법이 있는지 군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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