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권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청년 앞에 닥친 문제를 진정으로 공감하며 해결하려기보단 단순히 '선거철 표밭으로만 본다'는 비판 목소리도 크다. 청년들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정책 대안을 기대할까.

◇공정한 사회 = 올해 세무사 시험을 치른 ㄱ(34) 씨는 이달 합격자 발표 이후 마음이 심란하다. 불합격을 받아들이다가도 온·오프라인에서 제기된 '불공정' 논란에 밤잠을 설친다. 수험생 250여 명은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올해 세무사 시험 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경력에 의한 일부 시험 면제자)은 237명이다. 지난해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세청 근무 경력 등을 인정받은 세무공무원 출신은 세무사 1차 시험과 2차 시험 4과목 중 2과목(세법학 1·2부)을 면제받는다. 일반 수험생은 2차 시험 4과목 모두에서 과락(40점 미만)을 면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합격권에 들 수 있다.

의혹 제기는 5년 동안 평균 38.66%에 불과했던 세법학 1부 과목 과락률이 올해 82.13%로 치솟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세법학을 반드시 쳐야 하는 일반 수험생들은 세법학 1부 때문에 대부분 불합격됐다. 일반 수험생과 세무공무원이 동일하게 응시하는 회계학 1·2부 과락률은 각각 14.60%, 45.61%였다.

▲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에서 열린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에서 열린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ㄱ 씨는 "다른 과목은 합격권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지만 세법학 1부에서 과락을 받았다"며 "4개 문항인 세법학 1부는 논술형식인데, 마지막 문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0점을 받았다. 다른 수험생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채점기준표 등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은 비공개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ㄱ 씨는 "국가고시에서 '난이도 조작·세무공무원 밀어주기' 등 의혹이 나오는 현실 자체가 안타깝다"며 "대선에서 불공정 시비가 일지 않는 사회상이 제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많은 청년은 미래 대통령에게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30세대 636명을 대상으로 11월 진행한 '청년들이 미래의 대통령에 바라는 것, 그리고 현재 고민' 설문 결과를 보면, 청년들은 지금보다 더 공정한 경쟁과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사회 만들기(29.5%)를 가장 바랐다. 또 민주노총이 만 19∼39세 청년 조합원 10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 사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기회를 보장한다'는 질문에 대부분은 '매우 그렇지 않다(22.5%)'와 '그렇지 않다(36.5%)'고 답했다. 공정한 사회 요구가 청년과 내년 대선을 관통하는 열쇳말이 된 상황이다.

 

진학·취업 등 잇단 불공정 논란
청년 주요 유권자층으로 부각
대선 목소리 내고자 단체 결성
각 후보에게 공약화 요구 계획

 

◇주거와 일자리 = 사랑의열매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10월 26일∼11월 18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81%는 '청년세대가 살아가기 어려운 세대'라고 인식했다. 삶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24%), 취업·진로 문제(19%), 주거(18%), 불공정·격차(11%), 경쟁 위주 사회분위기(9%) 순으로 꼽았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는 공정에 이은 고민으로 청년·신혼부부 주거 문제 해결(19.9%), 비수도권 양질의 일자리 창출(12.9%)이 나왔다.

비수도권 지역 청년 앞에 닥친 이 같은 어려움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가야만 하는 현실 속에 결혼, 주거, 경쟁 압박이 크다.

경남 순유출 인구가 지난해 1만 6658명이고 이 가운데 20대가 98.5%를 차지한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연령별로 20대 1만 6420명, 30대 2389명의 순유출이 있었다.

지난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사업(연 900만 원 한도)' 지원 사업장 중 수도권 비중이 61.5%, 2년 동안 1200만 원을 적립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 수혜 비율(2021년 1분기 기준)이 경남 0.74%, 서울 1.52%라는 집계도 마찬가지다. 직업과 교육을 이유로 고향·가족을 떠나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게 비수도권 지역 청년이다.

취업준비생 ㄴ(28) 씨도 수도권으로 간 청년이다. 인문학을 전공한 ㄴ 씨는 졸업 후 창원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ㄴ 씨는 "제조업 중심 도시 창원에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사실상 없었다"며 "창업을 하려는 친구, 서비스업 취업을 바라는 친구 등도 모두 지역을 떠나려 한다. 지역에 머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청년정책, 경남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에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청년의 보편적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한 걱정·부담을 덜고 필요한 분야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청년을 새로운 복지계층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뒷받침을 전제로 경남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일자리 탓 청년 떠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경남
작년 순유출인구 98.5%가 20대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 절실

 

◇대선청년네트워크 = 10월 균형발전정책박람회 혁신활동가 네트워크협의회에서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향해 "자신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것을 잘 조직해 일련의 지방 정치 의제를 만들지 같이 논의할 구조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지난달 경남유니온 등 전국 39개 청년시민사회단체는 대선대응 기구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청년 목소리가 잘못 대변되지 않도록 하고 추상적인 요구가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대선 후보 공약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진형익 대선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심화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코로나19 등으로 안정적인 삶 가능성은 작아지고 계층은 고착화하고 있다"며 "절망하는 청년들 발버둥에는 주목하지 않고 청년 세대 생존 경쟁을 젠더 갈등 등으로 부추기는 청년팔이 정치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 삶과 의제를 발굴하는 공론장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요구안을 작성해 각 대선 후보에게 보낼 계획이다. 요구안에는 노동·주거·지역·젠더·기후 등 각 영역에서 불평등을 체감하는 청년 당사자 이야기와 개혁 과제를 담는다. 이후 대선 후보·선거캠프와 간담회를 열고 정책·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강지윤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 집담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 청년들이 보편적으로 안은 고민은 물론 더 소외받는 청년들의 문제의식을 찾고 해결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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