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박신·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각자 고른 나쁜 뉴스 가운데 하나를 찍어 지면에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이원재 기자입니다.

 

"한국 경찰과 다르네"…식칼 휘두르던 남성 맨손으로 제압한 중국 여경(매일경제).

지난달 25일 흉기 난동을 제압한 중국 경찰 사건을 다룬 기사 제목입니다. 마땅히 박수받을 일이지만 중국 경찰은 '맨손'이라는 점까지 강조하며 추켜세우는 반면 한국 경찰은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매일경제>는 여성 경찰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까요? 여경 무용론보다 더 높은 조회 수가 목적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지난달 15일 층간소음 갈등으로 흉기 난동이 벌어진 현장에서 여경이 이탈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17일 MBC와 SBS에서 첫 보도를 했는데 당시 기사는 경찰 성별을 부각하지 않고 경찰 현장 대응 능력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18일과 19일 뒤이어 나온 보도는 제목부터 여경 무용론이 등장합니다.

△"흉기 휘두르는데 경찰 이탈"…또다시 불거진 '여경 무용론'(서울신문) △"여경 뽑을수록 피해 보는 건 국민들"…또 여경 무용론 제기(매일신문) △떠난 경찰 대신 흉기 막은 딸…또 '여경 무용론' 불거졌다(중앙일보).

▲ 지난달 25일 매일경제가 보도한 중국 여경 기사. /갈무리
▲ 지난달 25일 매일경제가 보도한 중국 여경 기사. /갈무리

심지어 20일에는 커뮤니티를 인용해 여경 무용론에 살을 덧붙입니다. 또다시 떠오른 '여경 무용론'…"현장 나가지 말라"는 지시에 축제 분위기(세계일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커뮤니티 게시물을 긁어와 소명 의식까지 지적합니다.

그 사이 현장 상황은 뒷전이 됐습니다. 첫 보도 5일 만인 지난달 22일 여경이 경찰 공무원으로 일한 지 1년도 안 된 시보 경찰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또 23일에는 함께 있던 19년 차 남성 경찰 선배가 현장을 벗어난 것도 확인됩니다. 사건 본질이 여성이라는 성별에 가려졌다는 게 드러난 셈입니다.

 

그럼에도 다수 언론사는 중국 여경 보도를 쏟아내며 여경 무용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프레임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입니다. 어쩌면 언론이 포기하지 못한 것은 여경 무용론보다 혐오에 기반한 높은 조회 수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 방송에서 김연수 기자는 "보도를 일자별로 짚어보니 진행 상황이 우스꽝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박신 기자는 "같은 사건이라도 남경이 이탈하면 남경 무용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은 첫 보도가 현장 대응 능력에 초점을 맞췄는데도 후속 보도에서 여경 무용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또한 혐오에 가려져 있던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반성보다 혐오만 부추겼습니다. 언론이 현장 교육을 비롯한 경찰 시스템에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요? 조회 수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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