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계단 등 휠체어 접근 불가
법률 '동등할 권리'강조하지만
시설 정보도 얻기 힘든 게 현실

"모든 식당이나 카페 입구가 경사로, 자동문으로 바뀌면 좋겠어요."

창원에 거주하는 김란이(34) 씨는 평소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는 뇌병변장애인으로 언어·신체장애가 있다. 이동 거리에 따라 휠체어를 타기도 한다. 식당 입구가 무거운 유리문이거나 계단이 있으면 들어가기 어렵다. 화장실 사용도 문제다. 1층에 화장실이 있어도 장애인용 화장실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다. 화장실 문 폭이 좁고 내부도 좁아서 사용하기 어렵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편의시설, 서비스를 받아야 하며 재화·용역 이용에도 동등한 이익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소비자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환경이라 자연스럽게 외출을 꺼리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한 '2020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거의 매일 외출한다는 응답이 45.4%로 2017년 70.1%보다 크게 줄었다. 외출하지 않는 이유는 장애로 몸이 불편해서(55.8%), 코로나19로(11.7%), 하고 싶지 않아서(10.8%) 순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언어장애로 주문하기도 어렵다.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다. 단말기 높이 조절이 안 되고 음성안내 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도내 '배리어프리'(Barrier Free·장애인, 고령자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과 그 시설·제도) 현황을 살펴봤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안내하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보니 일반음식점이나 카페 등은 인증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 손미연 씨가 창원시내 한 복합상가 앞에서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손 씨가 이 건물에 들어가려면 건물 주변을 한참 돌아야 한다.  /주성희 기자
▲ 손미연 씨가 창원시내 한 복합상가 앞에서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손 씨가 이 건물에 들어가려면 건물 주변을 한참 돌아야 한다. /주성희 기자

아직 경남 배리어프리 지도는 찾을 수 없었다. 몇몇 지자체에서 지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에서는 '플랫(FLAT)' 애플리케이션이 시민 제보로 무장애가게를 지정하고 있다. 지정조건에 입구 경사로, 입식 좌석, 승강기, 장애인전용 화장실과 주차장이 있다. 이 중 하나만 만족해도 무장애가게 지도에 표시한다. 창원시 기준으로 무장애가게는 33개로 추산됐다. 반면에 국가통계포털에서 2019년 창원시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1만 8000여 개로 나타났다.

법률에서는 장애인 소비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소비자기본법 제45조 취약계층의 보호를 보면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에게 우선으로 보호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소 진입장벽이 높아 소비하지 못하는 경우는 간과하고 있다. 소비자기본법에서 장애인을 보호하는 대상을 넘어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접근권이 있다.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정보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은 접근권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김 씨는 "소비자로서 정보를 받을 권리를 누리고 싶다. 배리어프리 위치 등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쉽게 알고 싶다"고 말했다.

민경선 진해장애인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건물, 시설이 한정돼 있어서 애초에 소비할 선택권이 없다"라며 "여전히 장애인은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다음에 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식당에 항의하면 직원이 그랬다는 등의 변명을 하지만 장애인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경제, 소비활동에서 배제해왔다"라면서 "취업이 어려워 소득활동을 못 하거나, 국가 지원을 받는 것을 보고 세금만 쓰는 존재로 바라본다. 장애인 또한 소비를 하고 세금을 내면서 살아간다.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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