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진오 감독·이상진 잠수사
창원에서 열린 상영회 찾아
"참사 다시 없길…깊은 애도"
씨네아트 리좀 2·6일 2회 상영

눈물의 무대 인사였다. '세월호 잠수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을 들고 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네아트 리좀을 찾은 복진오 감독은 작품 상영이 끝난 뒤 스크린 앞에 서서 흐느꼈다. 무대인사 차 객석 앞에 선 지 3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세월호 희생자 시신 인양작업에 참여했던 이상진 민간잠수사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이 잠수사는 세월호 침몰 나흘째 되던 날인 2014년 4월 19일 오전 4시 40분께, 세월호 희생자 주검을 처음 수습한 인물이다. 파도가 높고 물살이 세서 아무도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던 때 그는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어 시신을 인양했다.

복 감독은 울음을 꾹꾹 참으며 이 잠수사가 '마산 출신'이라 무대 인사를 하러 창원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가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배 유리창 너머로 목격한 아이들 모습이 자꾸 떠올라 지금까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잠수사는 "민간잠수사를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신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짧게 얘기했다.

복 감독은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와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등 환경단체 관계자 이름을 거론하면서부터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회원인 그는 "4대 강 사업 반대운동을 하느라 환경운동연합 식구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뗀 뒤 "2014년부터 이분들이 하는 일을 도왔어야 했지만 (세월호 참사 현장 촬영에) 매달리느라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영화 <로그북>을 연출한 복진오(오른쪽) 감독과 세월호 참사 당시 시신 인양작업에 참여해 첫 주검을 수습했던 이상진 민간잠수사가 지난달 30일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 영화 <로그북>을 연출한 복진오(오른쪽) 감독과 세월호 참사 당시 시신 인양작업에 참여해 첫 주검을 수습했던 이상진 민간잠수사가 지난달 30일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이어 "용서를 구하는 차원에서 이 영화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식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감독 말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고마워요"라는 말이 나왔다. 배종혁 전 의장은 "아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로그북>은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바다에 투입됐던 민간잠수사 시점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참사 발생 직후부터 7월 10일까지 날짜, 장소, 수심, 수온, 특이사항 등을 정리한 잠수 일지를 기반으로 영화가 제작됐다. 동료 PD들과 팽목항으로 간 복 감독은 민간잠수사들과 함께 3개월간 바지선에 머물렀고, 당시 상황을 기록해 영화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지난달 11월 2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다.

복 감독은 무대 인사를 마친 뒤 참사 현장을 정확하게 기록하고자 촬영을 강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관련 잘못된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촬영을 결심했다. 그때 상황을 보여줄 수 있게 돼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며 "세월호 참사 고통 속에서도 책임을 다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공유하고 싶었다. 잠수사와 동반자로서 함께하면서 그들의 상황을 계속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그북>은 씨네아트 리좀에서 앞으로 두 차례 더 상영된다. 2일 오후 6시 10분, 6일 오후 2시 20분에 볼 수 있다. 관람료 2000원. 문의 070-8802-6438, 010-5949-6438.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