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번째 생신을 맞이하는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의 손주 세훈이에요. 11월 19일이 생신이잖아요. 그래서 편지를 써요. 생신 때 갈게요.

할아버지랑 저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매주 만나기도 하지만, 저는 그래도 할아버지께 할 말이 아주아주 많아요!

지난주에 가을 수업시간에 쓸 나뭇잎을 하나하나 주워서 설명해 주시고 같이 산에 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수업시간에 친구들도 나누어 주고, 저도 나뭇잎 왕관을 멋지게 만들었어요. 이제 겨울이 오면 밭에 있는 커다란 대야에 얼음이 또다시 꽁꽁 얼 거예요.

그러면 작년처럼 딱딱한 얼음을 빼내고 호미도 주세요. 제가 조각상을 만들어 볼게요.

만약 얼음조각대회에 나간다면 펭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가을까지는 밭에 채소들이 많이 있어서 땅을 팔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고구마까지 다 캐내서 땅 팔 데가 많아 좋아요. 큰 삽으로도 파고, 제 작은 삽으로도 열심히 팔 수 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수많은 채소를 기르고 시장에 팔지 않아요?

왜 '세훈이 다 먹으렴' 하세요? 우리 그거 다 팔아서 레고 사주세요!!

저는 9년 동안 할아버지와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게 삼백이 할아버지처럼 300년, 아니 400년은 더 건강히 사셔야 해요. 저는 할아버지가 대단하고 멋져 보여요. 매년 할아버지 생일에 제가 선물을 사드려야 하는데 제 손을 잡고 마트로 데려가 제 선물을 사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만두 말랑이 갖고 싶어요.

할아버지를 위해 4행시를 지었어요.

'할' 할아버지는 못하는 게 없다.

'아' 아프면 병원에 데려다 주시고, 오는 길에 엄마 몰래 장난감도 사주신다.

'버' 버린 작은 키위로 야구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지' 지는 건 슬프지만 난 괜찮다. 할아버지가 있으니까!

할아버지! 내일 아침에 또 전화해요!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저도 착하게 무럭무럭 잘 자랄게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2021년 11월 8일 월요일 비오고 추운날 손자 세훈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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