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마음은 시소를 타는 중이다. 그래서 엄마와의 사이도 흐렸다가 맑았다가 한다. 그날도 엄마가 싫어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사소하고 쓸데없는 이유로 싸웠다.

영어학원에서 핼러윈 파티를 한다길래 '어떤 복장을 입고 파티에 갈까?' 고민하다가 '할리퀸'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해리포터' 복장을 한다는 소리에 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당일이 되면 다 준비할 수 있을 거라 여유를 부렸다. 그래서 어설프게 또, 엉성하게 준비했다. 엄마의 눈에는 이런 나의 행동이 게을러서 보기 싫으셨나 보다. 학원 가기 전 머리를 '할리퀸'처럼 묶어달라는 부탁에 왜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았냐는 잔소리부터 시작하셨다. 그리고 며칠 전, 몇 주 전, 심지어 몇 년 전 일까지 들먹이며 나를 몰아세우셨다. 나는 엄마의 기에 눌려서 눈물만 흘릴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는 내가 답답하고 나도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단호하게 제대로 할 게 아니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물론 내가 하고 싶다면 해주시겠다고 했지만 나도 오기가 생겨서 그만두겠다고 말해버렸다. 엄마는 내 말에 잔뜩 화가 나셨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미웠다.

결국 핼러윈 파티에 가긴 갔지만 멋지게 꾸미고 온 아이들이 부러워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가 초라해진 만큼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커졌다. 엄마의 말씀에 틀린 게 없었는데 왜 자꾸 반항심이 생기는 건지……. 누군가와 싸우면 이기려고만 드는 고약한 심보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번 망설이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먼저 아까 말을 심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나는 괜히 눈물이 나서 목이 멨다. 엄마에게 친절한 딸이 되고 싶은데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 시소 타는 마음이 소나무처럼 굳고 단단했으면 좋겠다. "엄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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