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통영·창원 본떠 생성 추정
다섯 과장 형식·연희 성격 강해
등장하는 탈, 과장 적고 인간적

고성탈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고성 들녘에서 들려오는 탈과 춤의 노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년 5월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고성오광대를 과장별로 하나하나 소개하며 대표적인 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성오광대는 다른 오광대 연희보다 일찍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1964년에 지정됐고 제7호다. 그렇다고 고성오광대가 다른 오광대보다 일찍 생겨난 것은 아니다. 오광대의 전파 연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당시 여러 사람의 증언을 바탕으로 추정하기로 고성오광대는 통영오광대와 창원오광대를 본떠 재연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곳이라, 그래서 이름도 '통영'이라고 지어졌듯이 아주 큰 도시였다. 큰 도시에는 큰 시장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큰 시장이 있는 곳에는 연희패들이 항상 모여들었다. 창원 역시 마찬가지다. 고성은 두 도시에 비하면 작은 고을이다. 그리고 두 도시와 가깝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생성 배경 설명이다.

▲ 고성오광대 '문둥북춤' 과장 연희 모습. 2000년 국립무형유산원에 제공한 사진. /정현수 기자<br /><br />
▲ 고성오광대 '문둥북춤' 과장 연희 모습. 2000년 국립무형유산원에 제공한 사진. /정현수 기자

◇다섯 과장으로 된 고성오광대 = 고성오광대는 통영오광대와 마찬가지로 다섯 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창원오광대와 마산오광대는 7과장으로 되어 있다. 고성오광대는 오광대 과장 중에서 '오방신장무'와 '사자무' 같은 제의적인 요소를 빼고 그야말로 연희 성격이 강한 것만 골라 정립했다. 그런 점 말고는 다른 오광대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다섯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1과장은 '문둥북춤' 과장이다. 전시실에 걸린 설명문을 보자. "문둥북춤 과장은 양반의 자손인 문둥 광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상들의 괴로움에 하늘이 내린 형벌의 슬픔을 안은 문둥이가 처음에는 좌절과 절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지만, 병마의 고통과 주위 사람들의 천대를 내면의 신명으로 승화시켜 나간다. 아픔을 직시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힘은 민주 문화의 신명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소고로 상징되기도 한다. 불편한 몸으로 소고를 힘겹게 잡고 인생의 고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문둥 광대의 춤은 소리 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2과장은 '오광대놀이' 과장. "오광대놀이 과장에서는 봉건사회의 잘못된 지배구조 속에서 양반이 서민을 천대하고 멸시하며 괴롭히는 시대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말뚝이는 서민의 대변자로서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들의 잘못된 내용을 낱낱이 꼬집어낸다. 오광대놀이 과장에서는 동서남북중앙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깔의 옷을 입은 원양반, 청제양반, 홍제양반, 백제양반, 흑제양반이 종가 도령과 함께 등장해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말뚝이가 함께 익살스러운 재담을 주고받으며 흥겨운 판이 벌어진다."

3과장, 비비 과장. "비비과장은 양반과 말뚝이의 퇴장과 함께 시작된다. 여러 양반들이 한창 즐겁게 놀고 있을 때 비비가 나타나면 양반들은 몹시 놀라 도망치고 이때 비비는 그 가운데 한 양반을 붙들고 놀려대며 혼을 내준다. 비비는 꼬리를 달고 뿔을 가졌으나 인간처럼 말을 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비비과장에서는 양반 등쌀에 쌓이고 쌓였던 서민의 울분을 풀어주는 동시에 자기 혈육은 해치지 않는 짐승인 비비보다 인간 사회가 못하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4과장, 승무 과장. "승무과장에서는 수도에 전념해야 할 승려가 속세의 정에 이끌려 종교적 신심을 잃게 되는 파계승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파계승이 장삼을 올리며 선녀들을 유혹하는 춤을 추면 선녀들은 요염한 춤으로 대응하며 마침내 하나로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춘다. 이 춤사위에서는 승려들의 인간적인 본능과 속마음이 장삼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절제된 형식으로 표출된다."

고성오광대 탈놀이의 마지막 과장은 제밀주 과장이다. 이름만 다르다뿐이지 다른 오광대의 '영감 할미' 과장과 같다. 물론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에만 전념하는 큰어미(할미)를 두고 집을 나간 영감이 작은어미(제밀주·첩)를 얻어 살던 중 큰어미를 만난다. 이 사이 작은어미는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큰어미가 받아 어르자 작은어미가 시기하여 아이를 뺏으려고 서로 실랑이를 하다 아이가 떨어져 죽는다. 이것을 본 작은어미는 큰어미를 넘어뜨려 큰어미도 죽게 된다. 이어 상두꾼들이 큰어미의 상여를 메고 나가면서 고성오광대 탈놀이는 이야기를 끝맺는다." 마지막으로 상여놀이가 연희되는 것은 다른 오광대와 유사하다.

▲고성오광대 속 탈은 변형 과장이 적고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1과장 문둥이탈, 2과장 말뚝이탈, 원양반탈, 홍백양반탈, 3과장 비비탈. /정현수 기자
▲고성오광대 속 탈은 변형 과장이 적고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1과장 문둥이탈, 2과장 말뚝이탈, 원양반탈, 홍백양반탈, 3과장 비비탈. /정현수 기자
▲(왼쪽 사진부터) 3과장 비비양반탈, 4과장 스님탈, 선녀탈, 5과장 큰어미탈, 상주탈. /정현수 기자
▲(왼쪽 사진부터) 3과장 비비양반탈, 4과장 스님탈, 선녀탈, 5과장 큰어미탈, 상주탈. /정현수 기자

◇고성오광대의 대표적 춤사위 = 기획전에서는 고성오광대의 대표적 춤사위로 3개를 소개하고 있다.

△배김새: 고성오광대의 대표적인 춤사위이자 가장 중요한 정신이 '배김새'이다. 배김새는 '내리배기다, 내동댕이치다, 내리꽂다'의 사전적 의미를 갖는데, 고성 춤에서는 우리 삶을 억누르는 부조리, 불필요한 욕심 따위를 땅바닥에 내려놓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으시개: 고성오광대 춤의 참 맛으로 꼽는 것이 '으슥!', '으시개'이다. 고성오광대의 옛 어른들은 춤판에서 어깻짓이 자잘하면 "으시개가 약하다, 신명이 죽었다! 고성 춤은 쩨쩨하게 추어서는 안된다"라고 꾸짖었다.

△베귀가락: '말뚝이'가 귀신을 후려친다는 의미를 담은 동작이 '베귀가락'이다. 옛 조상들은 700자 귀신이 있다고 믿었는데, 이러한 귀신을 벤다는 것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물리치겠다는 의지와 힘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다.

◇고성오광대에 등장하는 탈 = 고성은 다른 지역과 달리 귀면(鬼面) 형상이 드물고 변형이나 과장이 적어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과 제작자에 따라 나무, 종이, 박 등 재료 변화가 크고 표현 방식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총 19개의 가면이 등장한다.

1과장은 문둥이탈, 2과장은 말뚝이와 원양반인 중앙황제양반, 동방청제양반, 서방백제양반, 남방적제양반, 북방흑제양반, 홍백양반, 종가도령이 등장한다. 3과장에선 비비와 비비양반, 4과장은 승무과장으로 파계승과 선녀가 나온다. 5과장엔 큰어미를 비롯해 시골영감, 작은어미, 황봉사, 상주 그리고 목각으로 만든 아기인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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