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물이라도 품종마다 맛·식감 달라
소비자가 알고 선택해야 식탁 풍성해져

김해시가 스마트팜 청년농업인이 딸기 '금실'을 29일 첫 수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금실'은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신품종으로, 2018년 국립종자원에서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이외에도 딸기 품종은 '설향' '매향' 등 여럿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냥 '맛있는' '싱싱한' 딸기를 먹을 뿐이다. 품종에 따라 크기도 단단함도 맛도 다르지만 품종까지 알고 먹는 경우는 드물다.

농촌진흥청은 2019년 우리나라 종자 자급률이 식량은 92.6%, 채소는 89.8%인데 비해 화훼는 44.2%, 과수는 16.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남에서 많이 재배하는 양파는 대부분 종자를 수입에 의존하고 국내 자급률은 23%가량으로 낮은 편이라고 한다. 이에 올 8월 도농업기술원은 창녕에 있는 양파연구소에서 도가 자체 육성한 양파 신품종 소개 등을 하는 성과보고회를 하기도 했다.

사실 시장에서 채소나 과일을 사면서 종자 자급률을 따지지는 않는다. 품종을 잘 표기하지 않으니 애초에 따지기도 어렵다. 농촌진흥청은 국산 품종 보급 확대를 위해 품질 우수성을 적극 홍보한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품종을 알 수 없는 시장 행태는 생산자만 품종을 선택하는, 자전거 한쪽 바퀴에 불과하다.

쌀을 살 때는 품종을 따지는 소비자가 많다. 고시하카리, 추청, 영호진미 등 각자가 선호하는 품종을 찾는다. 다른 작물도 '품종 마케팅'으로 같은 작물이라도 저마다 특성을 지닌 다양한 품종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식탁이 더욱 풍성하고 맛있어질 수 있다. 품종을 모르니 내 입맛에 맞는 채소와 과일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맛있게 먹은 채소나 과일을 다시 샀는데, 이전 것과 맛이나 생긴 것이 다른 경우가 있다. 품종이 다른 것일 가능성이 많다.

포슬포슬한 찐 감자를 먹고 싶었다. 물을 적게 넣어 찜기에 올려 찌기도 하고, 소다를 넣고 삶기도 했지만, 표면이 포슬포슬해지지 않았다. 반대로 어느 날은 된장찌개에 감자를 넣었는데 다 뭉개져 마치 비지찌개처럼 국물이 흐려진 일도 있었다. 조리법이 잘못됐나 싶었지만, 문제는 품종. 감자 품종에 따라 볶음요리에 어울리는 것이 있고 찌는 것에 어울리는 것이 있는데, 어릴 때는 그것을 몰랐다. 유럽 시장을 찍은 사진 중에서 수십 종류 감자가 가지런하게 쌓여 있는 사진이 간혹 보인다. 감자 품종을 구분해서 팔고 있는 모습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감자 품종을 표기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미 감자' 말고는 거의 듣지 못했다.

고구마를 사려고 인터넷몰을 살펴보니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황토고구마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베니하루카'라고 품종이 안내된 고구마를 샀다. 이게 꿀고구마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베니하루카는 일본 품종이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베니하루카를 대체할 신품종으로 '소담미'를 개발했다고 한다. 국산 품종 소담미 고구마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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