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용지호수에 2주 넘도록 서식
경계심 없이 사람 따라 '이례적'
"예전에 온 어미새 새끼 데려온 듯"
철새 무리 이탈 등 가능성 제기

"저쪽으로 가면 고니 가족이 있어요."

창원시 용지호수에 산책 나온 선지선(58·성산구 퇴촌동) 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덩치 큰 새들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들은 사람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미 새 한 마리가 앞장서자 뒤이어 새끼 새 네 마리가 따라왔다. 호수 울타리에서 약 1m 거리까지 따라붙었다.

창원시 성산구 용지호수에 머물고 있는 '큰고니'가 시민 발길을 붙잡고 있다. 용지호수에서 포착된 큰고니는 모두 5마리. 어미 새 1마리와 새끼 새 4마리다. 이들이 처음 발견된 건 11월 15일이다.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용지호수에서 지내고 있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는 몸길이만 약 1.5m에 이른다. 대형 수금류로 매년 4000~5000마리가 겨울을 나고자 러시아 등에서 우리나라를 찾는다. 주로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지역,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도심 한가운데 호수를 찾은 것과 경계심 없이 사람과 가까이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경우다.

최종수 생태사진가는 "용지호수에 큰고니가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17년, 2018년, 2020년에도 있었다"며 "당시 큰고니 한 마리가 왔었는데 이번에 새끼들을 데리고 온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지난달 29일 도심 인공호수인 창원시 성산구 용지호수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다섯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지난달 29일 도심 인공호수인 창원시 성산구 용지호수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다섯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큰고니 가족은 어쩌다 용지호수에 머무르게 된 걸까?

전문가들은 인근 철새 도래지 환경이 안 좋아졌거나,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큰고니들이 철새 이동 경로에서 이탈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가까운 주남저수지에 철새 개체군이 많아서 용지호수로 옮겨왔을 가능성도 있다"며 "큰고니들이 월동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악화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좌 조류학 박사는 "이전에도 큰고니가 용지호수를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 사람들이 먹이도 주다 보니 익숙해져서 다시 찾아오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전에 용지호수에서 겨울을 났던 큰고니가 머물러도 되겠다는 판단에서 새끼를 데리고 이주했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야생동물인 큰고니가 사람에게 경계심을 느끼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건 특이한 경우다. 30일 오전 용지호수에서 만난 큰고니는 사람들이 부르면 따라오기까지 했다.

큰고니를 보고자 용지호수를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시민들은 가던 걸음을 멈춰 고니 가족을 바라보고 신기해했다. 산책을 위해 자주 용지호수를 찾는 인근 주민 ㄱ 씨는 "고니가 커서 날개를 펼칠 때 정말 멋있다"며 "배로 치면 군함"이라고 두 팔을 넓게 벌려 보였다.

용지호수 공영주차장 관리원으로 일하는 박봉열(67) 씨는 "고니를 도심에서 보는 게 힘드니까 창원시에서 풀어놓은 줄 알았다"며 "용지호수에 오는 시민들도 고니를 보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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