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후보들이 정해진 이번 대선 과정을 보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의제보다 비방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선거는 평가와 미래를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용광로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는 방관자가 아니라 요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를 보내고 앞으로 세상을 위한 의제로 연초에 '공존이 생존'을 제시했었습니다. 코로나 2년을 보내면서 공동체를 튼실하게 만들어가려면 이번 대선에서도 그 의제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공존이 생존'이라는 큰 틀에서 대선 쟁점을 연재합니다. 첫 편 지역소멸 현실을 시작으로 부동산문제, 교육문제, 균형발전, 기후위기, 청년정책, 노동존중, 기업상생, 자치분권, 성평등, 농업문제, 문화다양성, 사회적경제 활성화, 공공의료 강화, 체육정책 등 13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대선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고자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후보자 동선이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을 향할 때면 지역소멸 문제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그때그때 발표하는 공약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 단편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다.

지역소멸 문제는 단순히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와 연결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역소멸 원인이기 때문이다. 비대해진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 중 절반이 넘게 살고, 나머지 절반이 채 안 되는 인구가 비수도권에 살며 서로 떠받치는 구조다. 이는 연결 고리처럼 지역소멸이 국가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와도 같다.

◇경남 11개 시군 인구소멸 지역 = 정부는 지난 10월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고자 전국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직접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경남 18곳 지방자치단체 중 11곳이 인구감소지역에 올랐다. 밀양시를 비롯해 거창·함양·산청·합천군 4개 서북경남 지역과 하동·남해·고성·의령·창녕·함안군 등이다. 연평균 인구증감률과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과 인구 대비 출생아 수, 재정자립도를 평가한 결과다.

나머지 지역들도 안심할 수 없다. 창원시는 100만 인구 붕괴 우려가 크고, 김해시도 25년 만에 인구가 줄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군 지역은 뼈아플 정도로 인구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이대로 가다간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군 지역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인구감소 대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감이 먼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내년 신설할 1조 원 규모 기금과 52개 총 2조 5600억 원 규모 국고보조사업을 활용해 지역소멸 대응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인구감소지역을 5년 주기로 지정할 계획인데 올해가 첫 지정인 만큼 2년 뒤 보완할 계획이다.

 

수도권 집중현상 갈수록 심화
인구 급감 지역 사라질 위기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선 정부
현실적 문제 해결엔 '거리감'

 

◇더딘 정부 지역소멸 대응 = 정부 지역소멸 대응은 그동안 대책 논의와 비교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지역소멸 문제가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방 인구가 줄어드는 곳을 소멸 우려 지역으로 지정해 소멸 대응기금을 1조 원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을 점점 어려워지는 지역 교육·주거 등에 집중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부울경을 아우르는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생긴다. 지방을 권역으로 힘을 합치게 해 수도권과 경쟁하게 하는 것이 정부가 가진 방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는 냉랭하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다음 정부로 넘어갔고, 소멸 대응기금 1조 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지역 목소리다. 특히, 지금까지 나온 정부 대응책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송정복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부본부장은 "기금 조성과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 등 대책은 나쁘지 않으나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소멸이 가중되면 현재 조성한 기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쟁점으로 만들어야 = 지역소멸 속에서도 국가 균형발전에 관한 이슈는 좀처럼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김두관(양산 을) 국회의원이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제1공약으로 외친 것이 눈에 띄었다. 송 부본부장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지역소멸 관련 의제를 반드시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유권자들이 직접 나서 지역 의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에게 정책 공약을 제안하는 요구가 경남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경남지역 농어업분야 전문가 및 대표와 함께 공익형직불제 확대와 농어민 기본소득, 친환경농업 확대 등 대선공약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도 공약개발단을 출범, 토론회와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도내 9개 상공회의소가 참여한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도 지난 5일 대선 공약 과제 22개를 정치권에 전달했다.

대선 후보들은 모두 지역소멸 대응과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절박한 외침보다는 두루뭉술, 뚜렷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 이는 지역소멸 문제와 국가 균형발전을 대선 핵심 의제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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