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했던 김용기(사진) 전 경남대학교 교수가 지난 19일 오후 9시 46분께 먼 길을 떠났다. 향년 65세.

1956년 태어나 연세대를 졸업했다. 1984년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경남에 뿌리내렸다. 이후 학계·문화계·노동계·언론계를 넘나들며 활동했고, 지역에 사회적 경제 토대를 닦은 실천적 지식인으로 살았다.

나서야 할 때 목소리를 삼키지 않았다. 6월 항쟁 직전, 경남대 교수 30명이 발표한 시국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대학 자율성과 교권, 개헌을 둘러싼 자유로운 토론 등을 보장하라는 내용이었다. 이해 극비리에 작성된 5공화국 장기집권 계획을 입수해, 미국 인권단체에 넘기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사실을 밝힌 지난해 "아직 합천 일해공원에는 전두환 흔적이 남았다"라며 "청산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전교조 활동에도 앞장섰다. 당시만 해도 중·고등학교 교사가 주축이었지만, 그는 교수로 경남지부 부지부장까지 맡았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은 "그를 비롯한 경남대 민교협 교수들 활동으로 많은 조합원이 용기를 얻었다"라며 "'교수든 교사든 노동자'라는 일체감이 사회를 바꾼 원동력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퇴임 후에는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립을 주도하면서 많은 청년이 사회적 기업가로 성장하는 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사회적 경제 개념이 아직 뿌리내리지도 못했을 무렵이었다. 이 시기,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현안이 있을 때마다 날카로운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스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경남민예총 결성 과정에서 역할을 했고, 가수 전영록의 대표곡 '애심'을 작곡·작사한 일도 있다. "이제는 영영 가는 아쉬운 당신이여."(노랫말 중) 떠나가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이제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됐다.

그와 삶을 주고받았던 지역 인사 35명은 별세 소식을 듣자마자 뜻을 모아 장례 일정을 준비했다. 김 교수가 떠나는 길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대학 제자 신순정 경남도청 사회혁신추진단 사무관은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전화하면 이래라저래라 하시지 않아도 이야기 과정에서 해답이 나오곤 했다"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 큰 언덕 같은 분이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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