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그만두고 제조업 '도전'
기계 정비·조립 등 현장서 배워
방산 부품 개발해 사업다각화
중기 연구개발 지원 확대 주문
산단 내 보육시설 조성도 제안

1974년 조성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지난 50년 동안 경남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 창원산단 입주 기업도 세대교체가 한창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 2018년 3월 30일 '창원산단 미래경영자클럽'이 결성됐습니다. 창원산단의 젊은 심장, 2세 경영인들은 누구일까요? <경남도민일보>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이들 2세 경영인 중 8명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이광용(41) 엠텍㈜ 대표이사입니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엠텍 ㈜은 지상 방산과 함정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1987년 창업 당시에는 방산, 자동차부품, 발전설비, 조선 관련 함정 부품 등을 만들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특정 분야를 선택하고, 거기에 자원을 집중하는 경영 전략을 도입했다. 2019년 7월 아버지 이규헌(70) 전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 이광용 대표 체제가 시작됐다. 매출은 지난해 17억 원, 올해는 20억 원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원은 모두 10명이다.

◇회계사에서 경영인으로 = 미국에서 회계사로 일했던 이 대표이사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어느 순간, 1년, 2년마다 한국으로 와서 부모님을 뵙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하는 회계사 일은 나중에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34년 동안 아버지가 일궈 놓으신 일은 시간이 더 지나면 다시 하고 싶어도 못 할 수 있겠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굳이 와야 하겠느냐?' 하셨지만, 회사를 맡길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내심 반가워하셨습니다. 2012년 7월 한국으로 들어오자마자,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였는데, 딱 이틀만 쉬고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한 달 정도는 쉴 줄 알았는데….(웃음) 그래도 그때 결정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사무실에서 줄곧 재무제표만 들여다보다 기계를 닦고 조이며 쇠를 깎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다고 한다. 따로 기술학교에 가지 않고, 현장에서 아버지와 상무로 있었던 분에게 일을 배웠다.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2018년 회사의 중요 양산품인 K9 자주포와 K21보병전투장갑차 내수 생산 종료 이후 매출 감소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행히 K9 자주포 수출이 진행돼 숨통은 겨우 틔었다.

▲ 이광용 대표가 18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엠텍㈜ 공장에서 군함 프로펠러를 잡아주는 링인 워터프루프 베어링(Waterproof Bearing)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이광용 대표가 18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엠텍㈜ 공장에서 군함 프로펠러를 잡아주는 링인 워터프루프 베어링(Waterproof Bearing)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힘들수록 사업다각화와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다. 두산중공업 원자력 사업부문에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업체가 되기 위한 NS등급 심사를 받아 부품 생산 참여 길이 열었다. 또 해군 부품 가운데 선체 프로펠러 축을 잡아주는 베어링을 가공·조립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소형무장헬기(LAH)에 들어가는 부품 5종을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지상 무기보다 항공 무기 체계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올해 안에 AS9100(항공우주 품질경영시스템)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객은 항상 옳다 = 그에게 '기업가 정신'을 물었다. '고객은 항상 옳다'는 답이 돌아왔다.

"2012년 입사 때 아버지께서 고객은 항상 옳다, 고객만족만이 우리가 업을 이어갈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고객만족이란 가격 경쟁력, 품질, 납기 준수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회사의 직원들도 소중한 내부 고객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직원 옆에서 지시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발전도 없고, 혁신도 생기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 회사의 혁신 성장과 궁극적으로는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는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에 대한 더 많은 예산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 이후 제조업을 포함해 산업분야 전반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개인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자금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단공의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은 기존 제조업체들을 서로 도울 수 있는 연구개발(R&D) 네트워크로 묶어 혁신적인 지식과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자녀를 3명 두고 있다. 그는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과 여성 인력 채용을 위해 산업단지 곳곳에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회사 내에 보육 시설이 있어서 부모들이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릅니다. 아이를 맡기지 못해 일터를 떠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안에도 비어 있는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운동시설도 좋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시설이 들어선다면, 모두가 두 손 들고 반길 겁니다. 중소기업에 다녀도 아이를 온전히 맡기고 일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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