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계무대 유일 메달리스트
2011년 육상선수권서 3위 기록
선수 은퇴 후 지도자로 새 출발

'한국 육상 경보의 살아 있는 역사' 김현섭(36·사진)이 길고 고독한 레이스를 마쳤다. 외로웠지만, 뒤를 돌아보니 한국 육상을 화려하게 장식한 기록이 남았다.

김현섭은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팬들과 동료에게도 '은퇴 소식'을 전했다. 김현섭은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실업 선수가 10명 내외인 비인기 종목 한국 경보의 일인자였다. 김현섭은 한국 선수 중 유일한 세계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 경보 결선에서 1시간21분17초로 6위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남자 경보 20㎞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발레리 보르친과 블라디미르 카나이킨(이상 러시아)은 2016년 과거 샘플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기록이 삭제됐다. 세계육상연맹(WA)은 2016년 3월 김현섭의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순위를 4위로 정정했다.

2019년에는 2011년 대회 당시 3위로 레이스를 마친 스타니스라프 에멜야노프(러시아)의 도핑 위반 사실이 밝혀졌다. WA는 도하세계육상선수권이 진행 중이던 2019년 10월 1일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남자 20㎞ 경보 동메달 시상식'을 열고, 김현섭에게 동메달을 전달했다.

8년 만에 '동메달의 진짜 주인'이 된 김현섭은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로 공인됐다.

김현섭은 "2011년 대회에서 시상대에 올랐으면 더 기분 좋았겠지만, 늦게나마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현섭은 2006년 도하 은메달,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어 이진택(1994년 히로시마 은, 1998년 방콕 금, 2002년 부산 금)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오르는 한국 육상 선수로 기록됐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최초 3연속 톱10' 기록을 세웠다. 대구에서 3위, 2014년 모스크바에서 10위를 차지한 김현섭은 2015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10위에 올랐다.

김현섭은 꽤 오래전부터 '은퇴'를 고려했지만 "내가 이대로 그만두면 아주 조금 열렸던 문이 아예 닫혀 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도로 위에 섰다. 그는 "한국 경보 후배들은 문을 활짝 열고 큰길에서 걸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하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위를 한 뒤 "한국 육상 최초 4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 기록을 노렸는데 아쉽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만 뛰고 은퇴할 생각"이라고 구체적인 은퇴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은 1년 늦은 2021년에 열렸고, 김현섭은 도쿄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올해 6월 KBS배 전국육상대회에서 1시간25분24초에 레이스를 마쳐 1위를 차지한 김현섭은 이후 대회에 나서지 않았고, 11월 은퇴를 선언했다.

김현섭이 2015년 3월 15일 아시아경보선수권대회에서 세운 남자 20㎞ 경보 한국기록 1시간19분13초는 아직 깨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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