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을 상징한다. 매년 10월 15일은 국제시각장애인연맹이 정한 '흰 지팡이의 날'이며, 시각장애인 성취를 축하하는 날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도내 7개 시군 거주 시각장애인들은 이달 15일 창원 중심가에 모여 행진했다. 흰 지팡이로 거리를 걸어보며 시각장애인 보행이 얼마나 쉬운지 알아보는 행사이다. 이날 시각장애인과 체험해 본 참가자들은 창원 교통 환경이 보행 약자에게 불편하거나 위험하기까지 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불만은 실태조사나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시각장애인 보행 안전실태조사'를 보면 주차장 진출입로, 점자블록, 차량진입방지 시설 등이 미흡하거나 관리가 부실했다. 조사대상의 25%가 차량 진·출입로에 보도가 단절돼 보행자 횡단사고 발생 위험이 있었으며, 31%는 보도와 차도가 맞물리는 곳에서 보행자가 차량·출입로를 쉽게 인지하기 어려웠다. 57%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 중 20.9%는 선형블록 방향이 장애인 보행 방향과 일치하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이 컸다. 7%는 점자블록과 보도블록 구분이 쉽지 않았다. 47%는 차량진입 방지용 말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심지어 차량 진출입로에 경보장치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이 조사는 서울시 장애인 밀집 지역에 국한됐지만 경남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가 도로교통법 등 법령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관련 규정이 미흡한 것은 더 큰 문제다. 가령 주차장 진출입로는 사고발생이 많음에도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 생명선과도 같은 점자블록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우수 사례로 뽑은 서울시 마포구는 보도 위 차량 진출입로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보행 환경을 개선했다. 도내 자치단체는 점자블록 등 기존 시설 전반을 점검하고 좋은 사례를 참조해 시각장애인을 포함해 보행 약자의 환경을 살펴야 한다. 법령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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