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일해도 법적 지위 '주부'
남성 배우자 부수적 존재 인식
공동경영주 부수입 인정 촉구

"여성농업인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일하다 다쳐도 농업인으로 인정이 안 돼 가사주부로 선택해 보험처리를 받아야 한다."

24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김태경(55) 씨 말이다. 김 씨는 거창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기도 하지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회 회장이기도 해 여러 여성농업인의 삶을 봐왔다. 김 회장은 여성이 농업에 이바지하는 정도를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합당한 지위와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의 경영주가 아니므로 소득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18년에 발표한 여성농업인 실태조사를 보면 농번기 노동시간은 여성이 평균 7.13시간, 남성이 8.91시간으로 1.78시간 차이가 난다. 여성농업인은 여기서 가사노동시간 4.72시간이 추가된다. 남성농업인의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0.61시간으로 4.11시간이 차이 난다.

그럼에도 여성농업인이 자신을 무급 가족종사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59.3%였다. 경영주 25.4%, 공동경영주 13%였다. 70대 이상이 경영주 인식도가 48%로 높은데 이는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도내 경영주 대상자는 20만여 명, 공동경영주 대상자는 7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까지 공동경영주에 등록한 인원은 4653명이었다. 여기서 공동경영주는 경영주의 '배우자'를 뜻한다. 공동경영주라는 명칭이 생겼을 뿐 부수적인 존재로 여기는 시선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다.

박민선 농어촌여성정책특별위원회 연구과제책임자가 '여성농어업인의 법적 지위 인정 방안'에 공동경영주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실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경영체법의 근거가 되는 기본법,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제정된 여성농업인육성법 모두 공동경영인으로서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인정하는 법적 조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책임자는 "경영주의 가족구성원이었던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주 제도로 인정·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법률 개정이 쉽지 않은 절차이기에 공동경영주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럼에도 공동경영주는 여성농업인의 지속적인 농정활동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현장 여성농업인들은 농업 외 부수입을 창출하는 농가 상황에 맞춰 공동경영주의 부수입을 인정해줄 것을 주장한다. 현재는 공동경영주가 4대 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자격을 박탈당하는데 경영주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나마 경남은 다른 지자체와 다르게 내년부터 공동경영주에게도 '경남형 농어업인수당'을 지원한다. '제5차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에 따른 2021년 시행계획'에서 공동경영주 등록 시 효과와 혜택을 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혜택으로는 출산 시 지원금, 여성농업인 바우처 우선 대상이 되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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