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안일한 판단 인정
내년 선수단 구성 변화 예고
"투쟁심 있는 선수 기용할 것"

경남FC 2021 시즌을 되짚어보며 마지막으로 지난 2년간 경남을 이끌어온 설기현 감독과 인터뷰를 했다.

3일 오후 창원에 있는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아직 설 감독의 재계약 문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재계약을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진행했다. 따라서 그의 구상이 내년 시즌 경남FC 운영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

설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면서 '초보 감독의 오만'이 독이 됐다고 말했다. 내년에 1년 더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올해와는 완전히 다른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선수단 구성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 감독은 "선수단이 확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라면서도 "2부(K리그2)에서 뛰는 선수에게는 2부다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라고 말했다.

'2부다움'이 뭐냐는 질문에는 "감독인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이 열정이 있어야 한다. 더 높은 데 가고 싶고,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고, 더 많은 연봉 받고 싶은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라고 '헝그리 정신'을 갖춘 선수단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설기현 경남FC 감독이 3일 오후 창원시내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 설기현 경남FC 감독이 3일 오후 창원시내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시즌을 되돌아본다면?

"생각했던 것과 현실 사이에 많은 차이 있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축구는 사실 내가 선수일 때도 해보지 않은 축구였다. 이런 축구를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학부터 시작했다. 두 시즌 동안 굉장히 많이 경험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더더욱 현실을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디테일에서 상당히 부족했다."

-대학 감독 시절에 좋은 결과를 냈기에 지난해 바로 승격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까지 승격하지 못했다. 그 차이는 뭔가?

"일단 대학에서도 실패를 많이 했다. 성적 냈던 부분이 부각돼 좋게 평가받았을 뿐이다. 작년에 어려움 겪으면서도 승격할 뻔했던 게 오히려 독이 됐다. 그때 나는 '승격을 이렇게 (쉽게)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기분이 묘하더라. '내년에 선수만 좀 보강하면 무조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쉽게 판단했다. 그럴수록 더 냉정하고, 분석하고, 냉철하게 선수를 영입했어야 하는데 경험의 미숙함에서 오는 실수를 했다."

-내년 구상은 어떤가?

"2부에서는 2부팀다운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경기장에 나갔을 때 10분을 뛰든 90분을 뛰든 온 힘을 다해야 한다. 2년 감독하면서 느꼈던 것이다. 기동력이 있어야 하고, 피지컬도 있어야 한다. 정말 지지 않을 투쟁심과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실력은 두 번째다. 그런 준비된 선수들로, 모두가 (승격) 목표를 가지고 뛰는 그런 팀을 운영해보고 싶다. 선수단 구성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선수단 구성에 변화 방향은?

"기존 선수도 내년에 여기에 있다는 보장을 못 한다. 간절하고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팀, 그런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단으로 구성하고, 경기장에도 그런 선수 위주로 내보낼 생각이다. 무엇보다 전술에 얽매이기보다는 때로는 피지컬로 밀고 들어가 문전에서 비벼주기도 하고, 때로는 과정을 생략하고 문전으로 공을 배달해 세컨드 기회도 노려보는 등 좀 더 '결과'를 만들어내는 축구를 해보려고 한다."

-올 시즌 팀 주축이었던 윌리안, 에르난데스, 그밖에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를 지킬 수 있을까?

"일단 모르겠다. 시도민구단 특징이 어쨌든 좋은 선수는 파는 게 맞다. 누군가 잘하면 지킬 수 없다. 윌리안과 에르난데스가 잘해줘서 좋은 제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그런 제안이 온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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