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일방적'…의혹 제기까지
군, 각종 역점 사업 좌초 위기
의원·시민단체 중재 노력 부족

지난 25일 끝난 고성군의회 임시회. 고성군이 제출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은 논의되지 않았고, 유스호스텔과 동물보호센터 건립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유스호스텔 건립은 백두현 군수가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예산을 확보한 사업인데 의회는 이를 무시했다. 군은 고성그린파워 상생협력기금 140억 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발전소주변지역 특별지원 사업비 100억 원 등 군비 투입 없이 전체 사업비 240억 원을 확보해 놓았다.

백 군수는 체육대회 개최와 전지훈련팀 방문이 계속 늘고 있지만, 지역에 숙박시설이 부족해 통영으로 선수단을 뺏기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숙박업지부의 반대에도 유스호스텔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발품을 팔아 설득과 협상을 해서 착공하고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국비를 지원받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이미 계약이 이루어진 토목·건축, 기계설비, 감리 등 해당 시공업체와의 문제도 불거진다.

동물보호센터 건립 사업도 좌초 위기다. 지난해 9월 비위생적인 환경과 동물 학대로 전국 최악의 보호소라는 지적을 받은 후 군은 농업기술센터에 임시로 유기동물보호소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농업기술센터 창고를 비워 마련한 곳이어서 동물 수용한도를 초과했고, 소음 민원이 있다.

이에 군은 경남도 예산 8억 원을 확보하고, 보호소 인근에 동물보호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지만 의회가 저지한 것이다. 군은 보호소를 더 넓혀 시설을 개선하는 차선책도 제시했지만 의회는 예산 승인을 하지 않았다.

백 군수는 "이 두 방법을 모두 반대해 버리면 행정은 더는 대안이 없다"며 "의회 권한과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의 정책을 반대한다면 명확한 논거와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 배상길 고성군의원이 지난 9월 7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백두현 고성군수에게 각종 수의계약 내용 등 군정 전반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고성군의회
▲ 배상길 고성군의원이 지난 9월 7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백두현 고성군수에게 각종 수의계약 내용 등 군정 전반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고성군의회

국민의힘이 다수인 의회는 백 군수가 의회를 무시하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향숙(국민의힘·비례대표) 기획행정위원장은 "의회 역할은 주민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 기관인데 고성군은 항상 주민이나 의회의 동의 없이 행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안건을 제외했다"고 말했다.

군의 주요 현안 추진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군수와 의회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25일 군정질문에 나선 배상길(국민의힘·다) 의원은 사생활 의혹까지 거론하며 백 군수를 비판했다. 답변을 거부당한 군수는 시간을 달라고 항의했지만 의장은 허락하지 않았다.

배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28일부터 단식과 함께 군수 퇴진운동을 할 계획이다. 배 의원은 "수의계약 문제에 사과 한마디 없는 백 군수 행정은 안하무인 방식으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면서 "제가 의원직을 버리고, 군민과 함께 잘못된 고성군 행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수와 의회의 갈등으로 지난 5일 시작된 군의회의 수의계약 관련 행정사무조사는 공무원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조사 핵심은 백 군수가 수의계약으로 가족 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공무원들은 끊이지 않는 코로나19 방역과 공룡세계엑스포 현장 지원으로 업무가 가중됐는데 의회의 무더기 자료 제출 요구까지 겹친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곽쾌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고성군지부장은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군민을 위한 행정인지 군수와 의원께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은 12월로 예정된 군의회 정례회에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백 군수는 "한 명의 공직자가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를 보여드리는 것이 저를 선택하신 군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일이자 군수의 역할"이라며 "수의계약 의혹은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면 언제든 수렴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수와 군의회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지만 중재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군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군수의 사과만 요구하고, 2명에 불과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공식적인 대화 창구를 마련해서 소통을 해야 한다는 군민 여론은 있지만 지역시민사회단체는 아무런 입장이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갈등이 더 커지면 결국 군민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늦기 전에 서로 양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군민만 바라보고,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소통하는 자리를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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