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투병 끝 임종…향년 89세
1987년 첫 직선제 대통령 당선
쿠데타 주도·북방외교 등 명암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사진) 씨가 26일 숨졌다. 향년 89세.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1932년 12월 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안사령관, 체육부·내무부 장관, 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 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중추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 1989년 경남도청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 /경남도민일보 DB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성과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져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부상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야권 후보 분열에 따른 '1노 3김' 구도의 반사 이익을 보면서 같은 해 말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통사람 노태우'를 슬로건으로 내건 노 전 대통령은 직선 대통령에 선출된 뒤 민주주의 정착과 외교적 지위 향상, 토지공개념 도입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밖으론 북방외교와 남북관계 개선을 기치로 내건 노 전 대통령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88 서울올림픽 개최, 옛 소련·중국과의 공식 수교 등 성과로 외교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퇴임 후 12.12 주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는 등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한 면을 장식했다. 1997년 12월 퇴임을 앞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지만, 오랫동안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가 지난 2013년 9월에야 뒤늦게 완납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 아들 재헌 씨가 있다. 소영 씨와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위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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