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피해 마을 주민들 호소
국민·정부·지자체 더욱 관심을
부산물 재사용기술 발전에 감탄
제로웨이스트 유행 그칠까 우려
기후위기로 농업환경 변화 심각
정치권, 농민 고충 귀 기울여야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를 연재해왔습니다. 채식, 탈석탄, 멸종위기종, 재생에너지, 바다생태계, 식량주권, 공동체 등을 핵심어로 기후 위기 시대의 경남 지역 현실을 보여주고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래 세대가 말한다', '에너지 전환, 경남의 길', '기후 위기 교실' 등도 다뤘습니다. 기후 위기라는 한 가지 주제를 <경남도민일보> 기자 7명이 함께 취재하면서 느낀 점 등을 지난 14일 이야기했습니다.

▲ 2021년 1월부터 '기후위기'를 주제로 기획보도를 이어나간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이 14일 오전 본사 3층 강당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2021년 1월부터 '기후위기'를 주제로 기획보도를 이어나간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이 14일 오전 본사 3층 강당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그동안 각자 핵심어를 놓고 취재를 해왔다. 만났던 취재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어떤 분이 있나?

이창우 "하동화력발전소 피해를 보아온 명덕마을(5월 3일 자 3면 보도) 주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민들은 한국남부발전에 위자료, 이주 비용 청구 소송을 걸었고, 협의체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

전미경 씨는 명덕마을을 비롯한 발전소 주변 지역 피해 주민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한국이 과거 산업발전 위주로 꾸려왔던 제도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했다. 전원설비 관련법들은 오로지 빨리 세워서 원활히 전기를 생산하는 데만 주안점을 뒀고, 그 피해는 주민들이 다 떠안았다고 말했다.

명덕마을은 이미 오래전부터 피해를 보아 왔다. 그 피해를 주민들은 몰랐고, 국민은 더 몰랐다. 모두가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관심을 더 둬야 할 문제다. 이제는 발전소 주변 마을 이격거리 규정을 강화하고, 지역자원시설세가 주민 지원이라는 목적에 충실히 쓰일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구제하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이동욱 "고성 덕명마을 김동인 피해대책위원장과 인터뷰(5월 10일 자 3면 보도) 때 '작은 마을이 경남도와 국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문제지만, 기후 위기 인식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그 싸움에 자신이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태도에서 자신감이 묻어나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후에 다시 연락드려보니 '아무 변화가 없고, 발전소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하셨다.

기후활동가들이 2030년 탈석탄 요구를 하지만 정책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한다고 했지만, 기후단체들은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에너지 전환 관련해 획기적인 방향이 제시되지 않고 계속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실제로 (발전소 주변 마을 분들의) 물리적인 투쟁으로 나타나고 장기적인 싸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령 주민이 많은데 투쟁을 하게 되면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고성 신덕마을, 하동 명덕마을도 마찬가지다. 자주 가보거나 챙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역자원시설세 관련 조례 제정 움직임을 비롯해 계속해서 이 일을 챙겨야 한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안지산 "재생에너지 산업구조 변화 편(7월 26일 자 3면 보도)을 가장 재밌게 취재했다. 굴 패각을 전기 에너지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이창열 한국고서이엔지 공동대표 취재 당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관련 분야에서 창업하기 전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기업체나 자치단체가 투자유치에 관심이 많은 분야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다.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이 주된 목표라서 굴 패각이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부산물, 토양오염 주원인이 되는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는 다들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최근 이현기 진주시 브리콘랩 대표를 취재했다. 한국남동발전 유망 스타트업 발굴사업에 선정됐다. 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나오는 산업부산물을 어떻게 다시 사용할지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 이분은 산업부산물을 활용해 도로포장 소재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창업 기업 중 기후 위기 관련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후 위기 관련 사업, 특히 산업부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의 기술이 사업화가 못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 인증, 나아가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공모사업들이 있었으면 하고, 골칫거리라 불리는 굴패각, 석탄발전 부산물들을 최대한 재사용해 해양오염을 막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했으면 좋겠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기후 위기 관련 취재는 사안에 따라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취재하면서 느끼게 된 점을 말해달라.

우귀화 "기후 위기라는 게 엄청 먼 일이 아니다. 2030년, 2050년 이러면 굉장히 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당장 초등학교 아이들은 '기후 위기로 빙하가 다 녹으면, 어른이 돼서도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한다. 어린이·청소년들은 당장 닥칠 일이기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위기의식이 있다. 10대 환경운동가인 스웨덴 그레타 툰베리가 활발히 활동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획으로 채식을 주제로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9월부터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전 학교를 대상으로 채식 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합천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건설 문제가 보도됐다. 발전소가 지어지는 곳에 사는 주민들은 LNG발전소도 석탄화력발전소에 못지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치단체 탈석탄 금고를 취재(5월 17일 자 3면 보도)하면서 충남도가 적극적으로 탈석탄 금고 공문을 전국 자치단체나 금융계에 보내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곧 대선인데, 선거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환경을 생각하는 후보를 더 고려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박정연 "처음에 채식 식당·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취재했다. 부산권에는 가게가 많은데 경남권은 많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 보면 제로 웨이스트 가게는 일종의 소비문화인 것 같다. 그게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 유행으로만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하동화력발전소 노동자들 취재했을 때(4월 26일 자 3면 보도)도 기억에 남는다. 제용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발전노조 부위원장을 만났을 때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있고 그에 따른 대안이 정부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이야기할 때 충분히 공감이 됐다. '정의로운 전환' 안에서 노동자 문제가 더 조명받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작물 주산지 이동 문제는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통계자료를 시각화하니까 확연하게 드러나더라. 지금부터 70년이 지나면 사과는 강원도에서만 난다는 것이다. (현실의 심각성에 비해) 이 이슈가 밀려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경남농업기술센터 팀장과 대화에서 농업 분야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고민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정책적인 측면에서 중장기 전략에 부족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서동진 "이번 기획보도는 폭넓고 다양하게 기후 위기에 대해 환기했다고 본다. 1년 가까이 기획을 했다. 미뤄두면 산더미처럼 쌓이고 언젠가는 해야 하는 숙제가 될 수 있지만, 이제 첫발을 뗐다. 앞으로도 학습지처럼 계속해서 풀어내야 하는 게 우리 과제다. 이제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관심을 두는 단계다. 개인은 많이 변하는 것 같은데, 정책이나 산업 변화는 더디다. 소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개념도 기업 이미지 제고에만 이용할 뿐 실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없다는 느낌도 든다. 산업과 정책을 바꿀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 올해 1월부터 10개월간 연재해온 '기후재앙 생존 보고서' 기획 기사들.

최석환 "'기후 위기'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사실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냈었다. 본가에서 농사를 짓는 데도 그랬다. 취재 과정에서 농민들을 만나고 나서야 새삼 심각한 문제라는 걸 느끼게 됐다. 창원 대산면에서 멜론 농장을 둘러보던 날, 70∼80㎜ 쏟아진 비에 올해 농사는 망했다며 한탄하는 분들을 만났었다. 농민들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농가도 다 마찬가지라고 했었다. 밀양에서는 이렇게 어려운데 대권주자 중 농민 지원 정책을 얘기하는 후보가 한 사람도 없다고 비판하는 농민도 만났었다. 어려운 상황인 만큼 모두가 관심을 두고 농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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