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빨아들이는 해초
민관 함께 서식지 조성·이식
석방렴서 성체 4000포기 양성

"통영 선촌마을에 잘피가 잘 피었습니다."

21일 오후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연안 생태계 복원과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경남권 잘피 숲 조성 사업 착수식이었다.

사업 취지는 '탄소 중립'과 '생태 복원'이다. 남해안 수산 자원 산란·생육장인 '잘피' 서식지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잘피 숲을 보호·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어민들과 기관이 뜻을 모았다. 잘피 숲 조성 사업은 한국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와 경남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통영 화삼어촌계가 민관 협업으로 추진한다.

잘피는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여러해살이 바다 식물이다. 연안 모래나 펄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바다에서 유일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꽃식물이기도 하다.

특히 잘피는 바다 생태계를 지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블루카본(Blue Carbon)'의 일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은 해초나 갯벌 등이 흡수하는 탄소를 지칭한다. 1㎢의 잘피는 연간 탄소 8만 3000t을 흡수한다. 이는 같은 면적 나무의 탄소 흡수량 2배 이상이다.

선촌마을은 잘피 서식지다. 수산자원공단은 2019년 남해안 잘피 서식 분포·특성 조사에서 선촌마을 일대 해역에 잘피 약 12만 포기가 서식하는 걸 확인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선촌마을 인근 연안 해역 1.94㎢를 해양보호구역(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잘피 숲 조성 사업은 선촌마을 앞바다에서 채취한 잘피 성체 4000포기를 모판(나무 상자) 300개에 나눠 심고 수심 5m 이내 석방렴(돌담으로 만든 개막이) 안에서 약 두 달간 양성한 후 이를 해양 생태계 복원이 필요한 해역에 이식해 퍼져 나가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잘피를 모판에 심은 후 석방렴에서 배양하는 과정은 잘피 활착과 씨앗 발아를 위한 중간 양성 과정이다. 모판은 생선을 담는 데 쓰는 나무 상자를 활용한다. 이 방식은 지난해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과 경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함께 진행한 '마을-대학 상생공동체 사업'에서 높은 이식 성공률이 검증된 바 있다.

화삼어촌계 어민들과 행사 참석자들은 모판에 잘피를 심어 석방렴 안으로 옮기면서 잘피가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길 기원했다. 양성을 거친 잘피는 12월께 바다 숲 조성 대상지 통영 해역 2곳에 고정 이식된다. 잘피 숲이 확대하면 생태계 복원과 수산 자원 회복, 정부 정책(2050 탄소 중립) 달성에 이바지하게 된다.

지욱철 화삼어촌계장은 "잘피 숲 조성 사업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국가적·지구적 과제인 탄소 중립을 여기서부터 출발해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민관 협업의 결실로 꼽힌다. 사업 추진에 드는 예산은 수산자원공단이 부담한다.

황학진 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 팀장은 "잘피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블루카본으로 아주 중요한 식물"이라며 "민관이 협업해 성과를 내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세진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해양보호구역을 품은 선촌마을이 주민, 도민, 청년들과 함께 잘피를 가꾸어가는 사회 혁신을 이끄는 선도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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