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교향악단 공연
달의 하나됨과 외로움 등
외국 작곡가 헌정곡 연주
백건우 피아노 협연 피날레

내년이면 조각가 문신(文信) 탄생 100주년입니다. 2020년 출범한 기념사업회는 내년 1월 기념식을 앞두고 그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창원시가 헌정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창원시립교향악단과 객원지휘자 이동신을 주축으로, 문신 선생과 인연이 깊은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협연해 무대를 채웠습니다.

◇'문신 헌정곡' 역사, 유럽서 출발 =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이들의 공통점은 국외서 먼저 그리고 널리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세계적 조각가 문신(1923~1995년) 선생도 유럽에서 이름을 먼저 알렸다. 1961년 프랑스로 간 그는 1970년 프랑스 국제조각 심포지엄에 출품한 '태양의 사자'로 세계적인 조각가로 거듭났다. 1980년 고향 창원(옛 마산)에 영구 귀국한 이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고, 삶의 터전에 짓고자 했던 문신미술관이 건립된 이듬해 타계했다.

문신 예술을 음악 선율로 재탄생시킨 '문신 헌정곡' 역사는 2006년 독일 초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바덴바덴시는 20세기 거장전을 열면서 피카소·샤갈·문신 초대전을 열었다. 당시 독일을 방문한 유럽인을 비롯해 세계인들은 문신 조각에서 조화·절제미를 발견하며 찬사를 보냈다. 음악 중심지 독일에 몰려든 작곡가들은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열기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170년 역사를 지닌 바덴바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2007년 '문신미술영상음악축제'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당시 독일에서 세계 초연된 문신 헌정곡들은 이후 국내 초청 연주회를 통해 2008~2010년 마산과 서울에서 연주됐다.

▲ 창원시와 창원문화재단이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문신 헌정 음악회'를 19일 성산아트홀에서 열고 있다.  /창원시
▲ 창원시와 창원문화재단이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문신 헌정 음악회'를 19일 성산아트홀에서 열고 있다. /창원시

◇창원서 다시 울려 퍼진 헌정곡 = 19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창원시립교향악단은 '문신 헌정 음악회' 첫 곡으로 안드레아스 케이스팅이 작곡한 문신교향곡(Eleonthit)을 연주했다. 작곡가는 창작 노트에 '문신 조각작품인 금속 표면에 빛이 반사돼 그 주변이 끊임없이 무지개 빛깔로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적었다. 연주회가 열리는 동안 영상으로 만난 문신의 금속 조각은 거울처럼 주변을 흡수했다. 푸른 하늘과 주변 나무가 조각품에 비치며, 낮과 밤에 따라 금속 조각이 품은 굴곡은 달라졌다.

두 번째 헌정곡으로 작곡가 보르스 요페 '달의 하나됨과 외로움'이 연주됐다. 원곡은 실내악곡이지만 문신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교향악단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곡을 보완해서 보내왔다. 그의 곡은 문신 조각품 '화(和)'가 지향하는 예술적 세계를 녹여냈다. 김영호가 쓴 <문신 예술의 신화-융합 미학>(2008)에서 '지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외로움이 자연과 우주와 합일되어 승화하는 모습을 문신에 비유한 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동신 지휘자는 "첫 곡 '문신교향곡'은 화려하고 선율이 뚜렷한 편이며 타악기가 강조된 반면 '달의 하나됨과 외로움'은 쓸쓸, 처연하지만 역동하는 생명력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거장과 거장의 어울림 = 문신 헌정 음악회에 흔쾌히 협연자로 나선 백건우 피아니스트.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한국 예술인이 많지 않아 문신 선생과 서로 의지하고 문신 선생의 인품이 훌륭해 가깝게 지냈다"고 회상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이날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24번 다단조를 선사했다. 베토벤이 자신의 작곡활동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곡으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모두 사용돼 모차르트 협주곡 중에서도 편성이 큰 작품으로 꼽힌다.

이날 음악회를 찾은 문신 선생 부인이자 문신미술관 명예관장 최성숙 씨는 "창원시와 창원문화재단이 함께 힘써 문신 탄생 100주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내년도 시민과 함께하는 문신 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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