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자여마을서 칼 수제작
체험·교육 가능한 공방 운영
날·손잡이 모양도 취향 따라
요리·캠핑용 칼 맞춤 제작도

탕- 탕- 탕- 탄소강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공간을 울렸다. 처음 써보는 힘에 손목부터 어깨, 허리에 긴장이 들어갔다. 구진영(48) 카페풀무 대표는 숨을 참으며 짧은 칼날을 연마했다. 8번의 연마 공정으로 종이가 쓱쓱 썰려나가는 칼을 완성했다. 2시간 30분의 여정이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자여마을에 있는 '카페풀무'에서는 한쪽에 마련된 공방에서 수제칼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먼저 생긴 것은 2019년에 연 '구씨공방'이었다. 구 대표가 취미로 시작했던 수제칼 만드는 일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배우러 오는 사람이 늘면서 현대판 대장간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구 대표 부인 정주희 씨가 '구씨공방'을 찾아온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무르다 갈 수 있게 작년 10월에 '카페풀무'를 열었다.

구 대표는 수제칼의 대중화를 꿈꾼다. 그래서 공방을 개방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체험·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구 대표는 하루 동안 칼을 만들어보는 과정부터 전문 기술을 익히는 과정까지 원하는 이들에게 상세히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작은 칼 하나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 구진영 카페풀무 대표가 19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동읍 카페풀무 내 구씨공방에서 칼을 만들기 위해 연마 작업(쇠를 사포로 가는 과정)을 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구진영 카페풀무 대표가 19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동읍 카페풀무 내 구씨공방에서 칼을 만들기 위해 연마 작업(쇠를 사포로 가는 과정)을 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첫 단계는 구상이다. 원하는 칼 모양을 대략 그린다. 날 끝부터 손잡이까지 고객 마음대로 결정한다. 또 손잡이에 영문 머리글자를 새기고 싶다면 위치도 잡아둔다. 구 대표는 엉성하게 그린 그림을 보고서도 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구상이 끝나면 원하는 칼 크기에 맞는 탄소강 소재를 불에 달군다. 벌겋게 달아오른 탄소강을 꺼내 모루 위에 올려놓고 쇠망치로 두드린다. 그때 탄소강은 경도가 없고 물러서 망치를 두드린 흔적이 그대로 남는다. 그때부터 나만의 칼이 되는 것이다.

무아지경 상태로 두드리다 보면 열이 식어 다시 가마에 넣어야 한다. 열에 달구고 꺼내서 두드리는 과정은 정해진 횟수가 없다. 모양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을 들인다.

쇠망치로만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두드리는 기계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쇠망치와 기계로 모양을 잡는 과정을 '단조' 라고 한다. 초등학생, 입문자는 카페풀무에서 작은 칼 단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비는 3만~4만 원 정도다.

단조 과정을 끝낸 탄소강은 경도가 낮다. 경도를 높이기 위해 열처리를 한다. 가마에서 꺼낸 탄소강을 열처리 기름에 투하한다. 이때 칼 표면이 까맣게 타는데 이 까만 표면을 그대로 두면 흑피칼을 만들 수 있다. 열처리를 한 칼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 진정을 시켜줘야 한다. 오븐에 넣어 일정한 온도에서 40분 동안 구워(?)주는 것을 뜨임(템퍼링·tempering)이라고 한다.

구 대표는 "칼은 수명이 없다. 영원하다. 그래서 한 번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하고, 잘 만들면 그만큼 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칼은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는 흉기가 아닌 우리 삶에 유익한 도구가 될 칼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 창원시 의창구 동읍 카페풀무에 전시되어 있는 칼들.  /김은주 인턴기자
▲ 창원시 의창구 동읍 카페풀무에 전시되어 있는 칼들. /김은주 인턴기자

구 대표는 캠핑을 많이 하는 사회 흐름에 맞춰 캠핑용 칼을 많이 만든다. 최근에는 요리용 칼을 찾는 이들도 많다. 요리용 칼은 쓰는 이의 손 크기에 맞춰 제작해주기도 하고 영문 이니셜을 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카페풀무에서 만든 식칼은 기성칼보다 크기가 작다. 자신만의 식칼을 직접 만드는 체험비는 20만 원 선이다. 구 대표가 직접 만들어 놓은 요리용 칼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15만~20만 원 정도다.

구 대표는 수제칼만이 갖는 '개성'을 강조한다. 그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칼은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뜨임 후의 과정은 구 대표의 영역이다. 구 대표의 손을 거치면서 뭉툭했던 쇳덩이가 날렵한 칼 모양으로 변한다. 연마 단계까지 거치면 칼날이 선다. 연마의 마지막 과정은 칼을 물에 불려놓은 숫돌에 가는 것이다.

구 대표가 완성한 칼로 종이 한 장을 슥슥 베어냈다. 칼은 묵직하고 따듯하다.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칼을 쥐어 보면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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