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재단-통영음악재단 협약
음악제로 민주·인권·평화 공유

부마민주항쟁과 윤이상 선생이 음악으로 통했다. 부마민주항쟁 42주년을 앞둔 지난 14일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과 통영국제음악재단이 협약을 체결했다.

두 재단이 각각 주최하는 '부마민주음악제'와 '통영국제음악제'가 한국 현대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음악을 통한 민주·인권·평화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오후 창원성산아트홀에서 열린 부마민주음악제에 앞서 치러진 협약식에는 송기인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과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가 참석했다.

이용민 대표는 "통영은 항구도시 이미지가 컸는데, 윤이상 선생 고향이 통영이었기에 음악제를 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것"이라고 음악제 정체성을 설명했다. 이어 "음악제를 준비할 당시 그가 지향했던 삶과 음악성 중 어떤 것에 주목할지 고민이 많았다"라면서 "결국 윤 선생의 음악적 성과에 충실하게 주목한다면 그의 정신도 자연스럽게 녹아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 윤이상 작곡가는 '동백림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다. 그는 1967년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렀으나 유럽을 비롯한 세계 작곡가들이 지속적으로 탄원서를 보내 1969년 석방됐다.

그는 이후 서독으로 귀화해 국외서 음악활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1981년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그린 '광주여 영원히'를 작곡하고, 1990년에는 남북평화음악제 개최에 앞장서 평양과 서울서 각각 공연했다.

▲ 부마민주음악제가 14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렸다. 첫 무대를 꾸민 바이올린 임재홍·피아노 김강아·첼로 이동열.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 부마민주음악제가 14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렸다. 첫 무대를 꾸민 바이올린 임재홍·피아노 김강아·첼로 이동열.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송기인 전 이사장도 "당시 사건은 나라 안 문제에 그치지 않고 세계가 다 아는 창피스러운 일이었다"며 "윤이상 음악은 동서 융합이라는 새로운 철학이 담긴 음악으로 나아갔다"고 떠올렸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민주·평화·인권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지난해부터 창작곡 공모전을,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윤이상창작동요제를 열고 있다.

올해 '다시 시월, 음악과 함께'라는 주제로 열린 부마민주음악제는 실내악·창작곡 초연·바리톤 고성현 초청 공연으로 이어졌다.

특히 창작곡 공모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차지한 김가영 씨와 인디밴드 올옷의 작품이 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테너 은형기가 부른 대상곡 '시월의 당신'이 울려 퍼지는 동안 나지막한 독백 부분에서 흐느끼는 관객도 보였다. 이후 이소영·박혁진 2인조 밴드 올옷은 밝은 분위기 곡으로 객석을 다시 웃게 하였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조현옥(60·창원 마산합포구) 씨는 "음악제에 오니 4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신마산 연애다리도, 매캐한 최루탄 냄새도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지만 음악을 통해 울고 웃으며 위로받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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