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 눕거나 앉아 있으면
다리 정맥혈 정체돼 혈전 발생
종아리·허벅지 심부정맥 막아
심할 경우 폐 색전증까지 유발
예방하려면 몸 자주 움직여야

김해시에 사는 정모(55) 씨는 지난달 갑자기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최근 등산을 하거나 무리해서 운동한 적이 없는데 종아리에 알이 단단히 밴 것처럼 다리가 뻐근했다. 며칠 지나면 괜찮으려니 하면서 내버려뒀는데 일주일이 지나자 다리가 퉁퉁 붓기 시작했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결국 병원을 찾았다. 내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깊은 정맥혈전증'(심부정맥혈전증) 진단을 받았다.

병 이름이 생소하지만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다리 정맥에 혈액 순환이 느려져 혈전(피떡)이 만들어지면서 혈관을 막아 다리가 붓고 아픈 병이다. 다리 깊은 부위에 있는 정맥 특성상 병 이름에 '깊은'을 붙였다. 장시간 비행 중 좁은 이코노미 좌석에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때 잘 생겨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운동량이 적은 노년층은 물론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도 나타난다.

◇하지정맥과 차이 = 사람 몸 혈관은 크게 심장에서 나가는 동맥혈과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정맥혈로 나뉜다. 다리 정맥혈이 심장으로 잘 돌아오려면 다리 근육을 움직여 정맥을 짜줘야 한다. 오래 누워 있거나 앉아만 있으면 다리 근육 운동이 줄어 정맥혈이 심장에 도달하기 어렵다.

다리 정맥혈이 정체돼 혈전이 생겨 종아리와 허벅지 혈관을 막는 게 깊은 정맥혈전증이다. 질병관리청 국가정보포털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1000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맥은 표재정맥과 심부정맥이 있는데, 흔히 알려진 하지정맥은 피부 가까이에 있는 표재정맥에서 일어난다. 심부정맥에서 발생하는 혈전증은 다리가 울퉁불퉁해지는 미관상 문제와 고통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심할 경우 '폐 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전이 떨어져 혈류를 타고 가다가 혈관을 막게 되면 그 혈전을 색전이라고 부른다. 폐에서 발생하는 폐 색전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3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다. 서양에서 깊은 정맥혈전증과 폐 색전증은 심근경색·뇌졸중과 함께 3대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알려졌다.

▲ 김민웅 창원한마음병원 심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교수.
▲ 김민웅 창원한마음병원 심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교수.

◇의심 증상 = 다리가 많이 붓고 저리거나 열이 나는 느낌,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다면 깊은 정맥혈전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리 정맥이 튀어나와 보이거나 두 다리를 쭉 뻗어 엄지발가락을 몸쪽으로 당길 때 장딴지 근육에 통증이 있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는 별칭이 있는 만큼 장시간 비행기 여행자나 비만과 흡연, 붉은 고기를 많은 먹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완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에게서 발병하기도 한다.

◇예방과 치료 = 다리 혈액 순환이 잘되도록 자주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2시간마다 다리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거나, 앉아서 일할 때 수시로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여 주는 게 좋다.

장시간 비행기를 탈 때는 비행기 복도를 걷고, 움직이기에 편안한 옷과 신발을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혈액 순환이 잘되도록 물을 자주 마셔서 수분을 보충하고, 평소 채소 중심 식사와 꾸준한 운동으로 비만을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오랫동안 누워 지내는 경우가 생기면 정맥압을 낮추도록 다리를 가슴보다 약간 높게 두고, 의료진과 상의해 다리에 압박 스타킹을 착용한다.

김민웅 창원한마음병원 심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깊은 정맥혈전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눌 수 있다"며 "약물치료 중에는 정맥 내에 작은 관을 집어넣어 혈전용해제를 직접 투여해 혈전을 녹이는 방법이 있고, 비약물 치료 중에는 수술적 치료와 보전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환자의 나이, 증상, 전신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의료진과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김민웅 창원한마음병원 심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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