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요양보호사들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수치이다.(장기요양기관의 요양보호사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2020년)

요양보호사 ㄱ 씨는 어르신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일하는 게 즐거우나, 어느 어르신이 집요하게 손을 잡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스킨십을 하고, 만져 달라고 하거나, 밥먹고 가라, 자고 가라는 말을 할 때 너무나도 불편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을 꺼내기가 두렵다"라고 말했다.

위 사례와 같은 행위가 발생하는 요인 중 하나는 근무 장소이다. 서비스 이용자 집은 가해자에게는 편안한 매우 사적이고 폐쇄된 공간이며, 성희롱 행위를 해도 잘 드러나지 않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낼 수 있는, 이미 성희롱이 내재된 불안한 환경이다. 가해자는 성적 침해행위를 하고 상대방 비하, 모욕함과 동시에 성별, 연령, 학력, 지위, 경제력 등 수많은 요소로 권력 관계 불균형으로 말미암은 폭력을 심화시킨다.

또한 이런 피해는 피해자의 사적인 경험 혹은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고, 성희롱을 친밀감 표현으로 포장해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며, 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만든다. 일부 돌봄 노동자 역시 제공하는 서비스 특성상 당연한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거나 성희롱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성희롱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런 성희롱을 폭력으로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는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서비스 제공 개시 전 이용자와 요양보호사 모두에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건 발생 시 적극적인 초기 대응, 즉 증거자료를 남기고 기관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피해신고조사 후 소속기관에서 '아무런 조치 없었음'이 41.8%(장기요양기관의 요양보호사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2020년)로 나타났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상당수 확인됐다. 소속기관의 적극적인 사건처리 의지가 매우 필요하다.

어떤 문제든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비스 이용과 제공 입장을 떠나 우리 모두가 잘못된 성인식을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 습득을 바탕으로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성인지 관점을 가지고 성평등한 관계에서의 상대를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돌봄의 필요성이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이 시기에 무더위와 건강과 안전의 불안 속에서 수고하시는 돌봄 노동자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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