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본질·과제 고찰
원로 작가 작품세계 분석

창녕에서 활동하는 이우걸 시조시인이 비평집에 가까운 산문집 <풍경의 해석>(사진)을 펴냈다. 이 시인은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경남시조시인협회장, 경남문협 회장, 경남문학관 관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고, 현재 우포시조문학관 관장 등을 맡고 있다.

"현실풍경이건 심상풍경이건 글은 해석의 산물이다." 이 시인이 '책머리에' 쓴 첫 문장이다. 이 책이 지닌 역할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이겠다.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학창 시절 배웠던 시조문학에 대한 기억도 떠오른다. 작가마다 시조의 율격과 음보는 어떻게 다른지, 옛시조는 노래지만 현대시조는 노래가 아닌 시로 읽혀야 한다든지, 시조에 쓰인 외국어는 자수를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하는지 등의 내용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어떤 시인한테서 하이쿠보다 시조가 우수한 까닭은 시조의 경우 서사를 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이 경우 서사를 얼마나 서정적으로 체화시키고 함축하여 자연스레 시조의 형식에 담는가가 문제일 뿐이다."(15쪽)

일정한 율격을 지닌 운문 중에서도 시조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인은 "시는 어떤 시적 대상을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정서적으로 우리를 감응케 할 때 우리의 몸에 닿아 전율하게 한다"며 "그 전율의 동인을 찾아 헤매다니는 상처 입은 언어 실험주의자가 더 필요하다"고 2장 '현대시조의 본질과 과제'에서 주장했다.

이 책은 1부에 현대시조 전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비롯해 김상옥·이호우·이영도·정완영 등 원로 시조시인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광석 시인과 고 박권숙 시인은 작가론을 통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다뤘다.

2부는 여러 시인들의 작품집 해설을 모았다. 이 시인은 "김용복 기남순 이은정 김승봉은 경남 출신으로, 특히 김용복 시인은 백지동인으로 평생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원로 시인이지만 시단에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라며 "그의 첫 시집 <겨울 소나타>는 품격 높은 서정시집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3부는 에세이로 <현대시학>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실었던 글로 구성했다. 동학사. 284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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