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생 일경험과 구직 연구
열악한 임금·처우 겪으며 비관
"양질 기업 유치·창업 유도를"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제가 그래도 대학을 나왔는데"- 동남권 지방대생의 일경험과 구직'이라는 논문을 펴냈다. 학술지 <경제와사회> 131호에 실린 논문은 동남권 지방대생이 학교를 다니면서 겪은 일경험이 구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핀 결과물이다.

양 교수는 미디어에서 흔하게 그리는 현 세대 청년상 배경에 '표준취업경로'라는 가정이 깔렸다고 설명한다. 표준취업경로는 '시험을 보고 입사하는 직장과 그 이후 이어지는 커리어 패스'를 뜻한다. 공무원 시험을 치러 합격을 하거나, 인적성 시험을 치러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공기업에 취업하는 경로가 그 사례다.

양 교수는 표준취업경로 가정은 청년 내 대표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표준경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구는 10~15% 안이고 85~90%는 표준취업경로와 상관없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노동자로 일하거나, 플랫폼 노동 같은 비정형 노동을 하거나 자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청년 노동을 효과적으로 살피려면 세대론이 담지 못하는 지역 청년·지방대를 나온 청년을 살펴야 하고, 생산직이나 정규직 위주가 아닌 실제 청년 노동을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동남권 주요 산업도시인 창원과 울산 청년 1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출신지로 분류하면 창원 출신 4명, 울산 출신 10명, 대전 출신 1명이었고 전공으로 분류하면 인문사회계열 전공자 9명, 공학계열 7명이었다.

결론적으로 양 교수는 "동남권 노동계급 청년 남성은 대학 진학 후 공장 일경험으로 일터 본질을 간파하며 일터와 지역을 떠나려고 한다"고 정리했다. 동남권 청년, 특히 남자 대학생이 구직 의사를 형성하는 데 '공장 알바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

양승훈(사진)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연구 참가자들은 △아르바이트로 공장 일을 할 때와 실제 직업이 됐을 때 임금 차이 △업주 친인척이나 지인 정규직 일자리 차지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 하청 노동자 업무 강도 차이와 더불어 수동공작기계가 자동공작기계로 대체되는 현실을 눈으로 보고 겪으면서 생산직 일자리를 비관적으로 봤다.

양 교수는 "총량 관점에서 일자리 부족은 울산과 창원 등 산업도시에서 2010년대 후반 이후 완화됐지만 새로 공급된 일자리는 주로 하청 생산직에 그친다"며 "눈높이 문제라고만 해석하기에는 일자리 질과 기대 직무와 격차가 결정적으로 큰 구조적 미스매치가 전형적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기업이 사내하청, 아웃소싱으로 고도화가 아닌 인건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공장 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한 청년도 결과적으로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함을 직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년 노동시장에 구조적인 불일치가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양 교수에게 직접 설명을 들었다. 양 교수는 "원청과 하청 임금 차이부터 기업 생산기능 주요 핵심 공정이 수도권으로 재편입하는 현실, 사측이 노사관계를 회피하는 것까지 종합적인 요인이 겹겹이 쌓여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이어 "혁신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고, 인적 자본이 풍부한 제조업 특구라는 점을 고려해 제조 기반 창업 유도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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