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내 163명 홀로 숨져
올 사망자 31명 공고 살펴보니
남성 20명·60대 7명 '가장 많아'
대부분 열악한 환경 속 거주

매년 그랬듯이 지난달 말 국정감사 자료로 무연고 사망자 현황이 공개됐습니다. 김원이(더불어민주당·전남 목포)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경남은 배우자, 자녀, 부모 등 연고자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99명(6월 기준)으로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하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2018년 103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163명으로 해마다 그 숫자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홀로 살던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고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고독사를 막고자 지난 4월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됐습니다.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경상남도 공영장례 지원 조례는 내년 2월 7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이웃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세 차례에 걸쳐 고민합니다.

장사법에 따라 시장·군수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시신 인수 거부·기피 포함)을 일정 기간 매장하거나 화장해 봉안해야 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무연고 게시판에 올 초부터 최근까지 올라온 경남지역 31명의 사망자 공고를 살펴봤다. 정보공개 청구로 취합한 시군별 현황은 다음 편에 싣는다. A4용지 1장 공고에는 이름·성별·나이·사망 장소와 원인, 거주지 주소 등이 담겨 있다. 뒤늦게라도 이들의 가족, 지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에도 실명이나 생전 불렸던 이름을 썼다. 이들은 투병하다가 혹은 갑작스럽게 원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대부분 주거환경이 열악했다.

◇한 장 기록에 남은 사연들 = 지난달 1일 양산 한 노인전문병원에서 한 남성이 심장기능 저하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주민번호나 주소 확인이 안 됐다. 관리번호만 있을 뿐이었다. 다른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그는 해당 병원이 폐업하면서 올 5월 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전 병원에서 거처 없이 길에서 지낸 이들을 치료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아닐까 추측됐다. 다행인지 생전에 불렸다는 '유병도'라는 그의 이름이 기록으로 남았다. 나이도 정확하지 않지만, 외모상으로 80이 넘어 보였다고 담당 공무원은 전했다. 그의 시신은 밀양 삼랑진읍 효심추모공원에 봉안됐다.

오고 가는 이가 많은 도심 골목에 주거지가 있는 사례도 있었다. 임신호(44) 씨는 창원시 의창구 한 번화가에 있는 여관에 거주했다. 임 씨가 보이지 않아 방을 찾은 여관 종업원이 그가 엎드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임 씨 사망일은 지난 4월 5일, 원인은 급성심장사로 추정된다. 1인 가구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이 여관에 살았다는 사실도 확인됐지만, 연고자가 없었다. 그의 시신은 같은 달 23일 창원 진동면 영생원에 모셔졌다.

이찬명(75) 씨는 김해시 지내동 자신의 집 안방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시각은 지난 4월 30일 오전 2시께, 사망 원인은 병사로 추정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30년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았다는 그는 병세가 악화해 입원을 권유받았으나 집에서 약만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시신은 김해추모의공원에 봉안됐다.

◇열악했던 주거환경 = 공고 속 31명을 성별로 보면 남성 20명, 여성 8명, 알 수 없음 3명이다. 연령대별로는 40대 2명, 50대 3명, 60대 7명, 70대 6명, 80대 5명, 90대 1명, 100세 1명, 알 수 없음 6명이다. 전국적으로도 무연고 사망자는 남성이 더 많은 편이다. 남성이 외로운 죽음에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무연고 사망자 평균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40~60대 12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 8명은 70대 3명, 80대 3명, 90대 1명, 100세 1명으로 평균 연령이 남성보다 높았다.

전체 45%(14명)는 요양병원, 노인전문병원, 병원 중환자실 등 돌봐줄 사람이 있는 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반면 42%(13명)는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농가주택, 여관, 아파트, 단독주택 등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3명은 야산, 1명은 폐가에서 각각 백골 상태로, 1명은 바다에서 표류하던 도중 발견됐다.

사망 장소와 무관하게 31명 거주지를 살펴보니 아직 슬레이트 지붕을 한 곳도 있었고, 지은 지 20~30년이 넘어 보이는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비교적 환경이 괜찮은 원룸형 오피스텔, 아파트, 임대아파트는 4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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