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진전면 양촌마을 일부주민
통행로 막혀 경작지 출입 못해
땅주인 협의·우회로 설치 난항

창원시 진전면 양촌마을에서 일부 농민들이 생업 기반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경작지로 통하는 길 땅주인이 5년 전 길 입구를 폐쇄한 이후부터다. 시는 사유지 내 문제이기 때문에 협의가 어렵다면 우회로 설치 건의서를 내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오후 3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촌마을을 찾았다. 이곳 주민 장매자(77) 씨는 이 마을에서 평생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토박이지만, 5년 전 업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경작지까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농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 길은 약 370m 길이의 농로로, 장 씨를 비롯한 3~4명의 주민들이 이용해왔다. 이 길이 걸쳐 있는 땅주인은 2017년부터 입구를 막고 농기계가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했다. 직접 확인해보니, 낮은 기둥에 쇠사슬이 연결돼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주민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 장 씨는 "벼농사를 지을 때는 쌀 직불금 60여만 원과 수확한 벼를 팔아 남긴 300여만 원으로 먹고살았는데, 지금은 생계급여만으로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근처 또 다른 경작지에서 농사를 지어온 심상정(79) 씨는 "이렇게 나이 들어서 해오던 농사 말고 무슨 일을 하겠나"라며 "땅 주인에게 길만 내 달라고 몇 번이나 사정하고 항의도 해 봤지만 허사"라고 말했다. 장 씨 소유 경작지(2546㎡)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 원래 논이었다는 사실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 장매자 씨가 다른 농민의 논밭 너머 수풀이 우거져 황폐화된 자신의 경작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 장매자 씨가 다른 농민의 논밭 너머 수풀이 우거져 황폐화된 자신의 경작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이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경작지는 사실상 '맹지'로 전락했다. ㄱ 씨 사유지는 폐쇄된 길뿐 아니라 농민들의 땅 주변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고, 다른 도로와도 접촉 면도 없기 때문이다. 길을 폐쇄한 소유주 ㄱ 씨는 "엄연히 주인이 있는 땅에 난 길을 농로라고 할 수 없다"라며 "사유지인 만큼 다시 개방할 계획은 전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폐쇄된 농로가 농어촌정비법상 '농업생산기반시설'로 등록돼 있다면 사유지 안에 있다고 해도 땅주인이 마음대로 폐쇄할 수 없다. 설치 전에 소유주 승낙을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은 수십 년 동안 자연 형성된 농로라서 행정기관도 땅 주인 설득 외에는 방법이 없다.

주민들은 "기존 농로 개방이 어렵다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인접 농로를 경작지까지 이어 달라"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엄경재 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과장은 "농로를 잇는 일은 가능하지만, 예산은 주민들이 자부담하거나 시에서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올해 농로개설·포장공사 명목으로 확보한 예산은 4억 5000만 원가량이다.

김영환 창원시농업기술센터 농촌개발담당 주무관은 "주민 연명부와 공사지점 토지소유주 동의서 등이 포함된 건의서를 제출하면 정성·정량 평가를 거쳐 예산을 쓸 수도 있다"라면서도 "각지에서 관련 건의가 수십 건 올라오는데, 이 건은 혜택을 보는 농민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조건은 불리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은 "임대 사업으로 국고 수익을 올리는 입장인 만큼, 도로건설을 승낙할 권한이 없다"라며 "지자체가 이곳에 도로를 내려면 토지를 구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